일부 시민단체와 인터넷 포털사이트로부터 시작된 구일(救日), ‘일본 돕기’ 운동이 대학가와 학계, 연구단체 등 사회 각계각층으로 맹렬하게 확산되고 있다.

대학가에서 일본인 제자를 둔 교수진, 함께 공부하던 대학생과 동료 연구자로까지 ‘구일’의 물결이 확산되는가 하면, 심지어 교류가 없던 일반인과 일반 사회단체까지 그 흐름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국제학생회 소속 대학생 10여명이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 돕기 성금 모금함을 설치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어과 학생 50여명이 중심이 돼 수업시간을 피해 순번제로 모금과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학생회의 권윤기씨는 “일본의 대학과 자매결연을 했고 교환학생도 많아 일본인 친구들이 많다”며 “학교 차원에서 돕는 것도 좋지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활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한국어문화교육센터에서도 일본인 야마다 마사후미(28)를 비롯한 일본인과 한국인 50여명도 동일본 대지진 성금 모금을 위해 모금함을 설치하고 지진 상황이 담긴 팸플릿을 제작중이다. 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온 일본 학생이 주축으로 꾸려졌지만 한국 대학생들도 참여하고 있으며, 학교 외에도 주변 음식점 등을 돌며 성금을 모을 계획이다.

일본과 연고가 없는 일반인들의 모금도 확산 중이다. 다음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모금 청원은 전날 1000여만원의 모금액이 문화일보 보도 이후 이날 오전 현재까지 6100만원으로 6배 가량 늘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한적십사자는 모금 열기가 높아지면서 기부계좌를 1곳에서 4곳으로 확대했으며, 구호물품도 받기 시작했다.

재일교포 단체 수학생회도 14일 연세대 어학당에서 모금을 시작했으며, 이날도 서울대 앞에서 모금을 진행중이다. 전국의 일본어과가 설치된 74개 대학에 모금을 부탁하는 팩스도 보냈다.

서울대에 재학중인 전진융 수학생회 부회장은 “지난주 토요일부터 2주 계획으로 모금활동을 시작했는데,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을 다 모았다”며 “한국 학생들이 이렇게 관심을 많이 갖고 도와줘 깜짝 놀랐고 고맙다”고 말했다.

일본과 교류중인 단체들도 기부를 모금한다. 한일여성친선협회는 서신을 통해 애도의 뜻을 표한 후 모금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일사회문화포럼은 자원봉사자를 조직중이다. 한일경제협회, 한일의원연맹 등도 일본 돕기를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이용권·박정경·김동하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