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생활터전을 잃은 피난민들이 서로 음식과 물을 나누면서 힘겨운 피난생활을 이겨내고 있다. 피해지역과 수백 ㎞ 떨어진 전국 각지에서도 기부, 모금 활동이 이어지면서 피난민 돕기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이 마비되고 각지의 피난소에 주민들이 넘쳐나는 가운데서도 주민들이 서로를 도우면서 견뎌내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동일본 대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미야기(宮城)현 이시마키(石卷)시에서는 지역 재해방지조직의 회원들이 피난소인 고요초등학교에서 매일 주먹밥과 미소시루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회원인 마쓰모토 도시노리(66)는 “쌀 재고가 적지만 마지막까지 식사를 제공해서 우리모두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 두 아이들과 함께 피난을 왔다는 한 주부는 “모두들 고생을 하는데도 불만조차 말하지 않고있다”며 “고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교적 피해가 적은 주민들은 음식과 모포를 가져와 피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500명 이상이 모여 있는 이와테(岩手)현 오후나토(大船渡)시의 사카루초등학교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주먹밥과 과일, 카레라이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인근의 상점들은 모포와 성냥 등 생필품을 실어 보냈다. 자택 1층이 침수돼 이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주부 다카하시 히로코(67)는 “맛있는 식사가 하루에 세번씩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피곤한 얼굴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주변지역이 물에 잠겨 한때 1300여명이 고립됐던 센다이(仙臺)공항에서는 항공기 승객, 공항 직원들이 침수를 피한 상점에서 과자와 주스를 꺼내와 하루 세번 배급하고 있다. 체력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고령자에게 물건을 나눠주기도 한다. 인근 주민들은 주먹밥을 만들어왔다. 부인과 피난생활 중인 한 남성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주먹밥이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전국각지에서도 성금이 모여들고 있다. 오사카(大阪)시는 14일 시내에 거주하는 70세 여성이 지진 피해자를 위해 써달라며 1000만엔을 익명으로 기부했다고 발표했다. 이 여성은 이날 오전 오사카시청을 찾아 봉투에 넣은 1000만엔을 직접 전달하면서 “피해자 구호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沖繩)현에서는 대학생들이 ‘유이마루(공동노동을 뜻하는 오키나와 방언) 포(for) 도호쿠’라는 모임을 결성해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키나와대 3학년 나미히라 가즈토(21)는 “젊은 사람들이 기폭제가 돼서 기부를 확산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남부 지역 이시카와의 자원봉사자들은 후쿠시마(福島縣)현 이와키시를 방문해 주먹밥 2000개, 우동 1000그릇, 담요를 전달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와키시와 교류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시카와시의 관계자는 “피해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키시의 주민은 “설마 와주실 줄은 몰랐다”며 “언젠가 꼭 보답하겠다”고 눈물을 보였다.

●…일본 지바(千葉)현의 비영리단체 ‘에코마라톤 인터내셔널’은 4월3일 열리는 첫 번째 마라톤 행사의 참가비 전액을 대지진 피해자에게 기부하고, 마라톤 행사와 함께 모금 행사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 단체의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평온한 생활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시마네(島根)현 마스다(益田)시에서는 지난 12일 열린 ‘마스다 히로시마 조인트 라이브’공연 도중 재해 지원금이 모금됐다. 식료품이 들어 있던 상자로 만든 즉석 모금함에는 2시간 동안 3만4325엔이 모였다. 모금을 제안한 ‘더 올 유어 러브 블루스 밴드’의 보컬인 후쿠니(56)는 “여기에 있는 우리가 슬퍼한다고 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작은 일이라도 도울 일을 찾고 응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