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매몰된 주민들을 구출하기 위한 일본 정부와 국제사회의 구조작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14일 현재 1만2000여명이 구조됐다. 그러나 수몰됐던 동부 연안 마을에서는 주민들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돼 사망자가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교도(共同)통신은 이날 미야기(宮城)현의 해변 두 곳에서 시신 2000여구가 새로 발견됨에 따라 사망 및 실종자 수가 50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오시카(牡鹿)반도 해안에서 시신 약 1000구가 발견된 데 이어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에서 시신 1000구가 또 발견됐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센다이(仙臺)에서는 구조대가 진흙에 뒤덮인 주택, 찌그러진 트럭, 얽힌 전선 사이에서 시신을 끌어내는 장면이 목격되고 생존자들은 폐허가 된 집을 찾아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가재도구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북동부 해안의 일부 지역은 여전히 고립된 상태여서 구조대가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일본 당국은 이번 지진의 사망자가 공식집계로 1800여명이고 실종자는 1400여명이며 부상자는 1900여명이라고 밝혔다.

NHK는 사망자가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를 비롯해 현재까지도 연락이 안 닿거나 행방불명인 사람이 총 3만7000여명에 달한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비위생적인 피난소에서 배고픔과 추위를 호소하며 신음하고 있다. 미야기현 센다이시 인근 다가조(多賀城)의 세넨 병원에는 악취가 진동하는 캄캄한 병실에 환자 120명이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파란 환자복을 입은 한 노인은 “음식이 없다”고 울부짖었다.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병원이 파괴됐는지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지원팀을 보낸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샘 테일러 대변인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병약한 노인들이 음식과 물, 의약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의료기기도 파손된 상황이며 당장 쓸 약은 확보하고 있지만 몇주 후면 정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 발생 당시 세넨 병원에는 200명의 환자가 있었는데 벌써 90세 이상의 환자 4명이 숨졌다.

병원에는 전기와 물도 끊겨 처음 이틀간 의사와 간호사들은 냉동고에서 꺼낸 언 국수와 야채를 환자들과 간신히 나눠 먹었다. 간호사들은 더럽혀진 정맥주사 팩을 간신히 잘라 열었고 흙이 잔뜩 묻은 약봉지를 알코올로 문질러 씻었다.

또 며칠간 수백명의 사람이 물이 끊긴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속이 뒤틀릴 정도의 악취가 병원 안에 진동하고 있다. 현재 의료진은 병원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죄송하다. 약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