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된 한국인들 편에 서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법정투쟁을 벌여온 일본인 변호사 다카기 겐이치(高木健一·67·사진)씨가 25일 국회소속 인권포럼(대표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이 수여하는 ‘국회인권상’의 주인공이 됐다.

다카기 변호사는 이날 일본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할린 문제해결을 위한 한·일의원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황 의원으로부터 제5회 국회인권상을 받았다. 이 행사에는 한나라당 이주영·민주당 김영진·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등 여야 의원 13명이 참석했고, 일본 중의원에선 도이 류이치(土肥隆一) 민주당 의원 등 현역의원 50여명이 참석했다.

다카기 변호사는 이날 행사에 앞서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변호사가 도와달라며 찾아온 고객을 위해 일하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라며 “아직 다 끝내지 못한 소송건을 잘 마무리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카기 변호사는 일본 도쿄대를 졸업한 뒤 인권변호사로서 개업한 첫해인 1973년 사할린 한인 소송건을 맡은 것을 계기로 40년 가까이 힘겨운 전쟁을 벌여왔다. 그는 사할린 한인 피해자 4명을 모아 일본 정부에 귀국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결국 일본 정부는 1989년 사할린 1세들의 친척 방문, 영구 귀국 등의 대책을 내놓기에 이른다.

‘다카기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2007년 9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할린 한인들의 임금반환소송까지 제기한 것이다. 다카기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한인 노동자에게 주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임금액은 1억8000만엔으로 현재 200억엔 정도의 가치가 있다”면서 “이 돈으로 기금을 만들어서 사할린 한인들과 후손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비용으로 충당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이 일은 나의 힘으론 할 수 없다”며 “한·일 양국의 의원들이 입법적·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