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최근 북한군의 식량 사정이 전례없이 악화되면서 일부 부대에서 영양실조 현상까지 나타나고, 군인들의 작업거부·탈영 등도 빈번해지고 있다고 9일 진단했다. 배급제에 의존하다보니 북한군이 장마당(시장)에서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주민들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쟁예비물자를 비축하는 2호 창고의 비축식량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관측됐다.

대북단체인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당국자들은 북한의 식량난이 과거 1990년대 1차 식량위기 때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하는데 현재 북한군인들은 1차 고난의 행군 때 10대를 보낸 이들이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는 위기는 더 크다”면서 “10대 때 극심한 기아사태를 겪은 군인들이 군에서 또다시 기아사태를 당하니 반발이 크고 기강해이 현상도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2호 창고의 전쟁예비물자까지 일선 군부대에 풀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김영수(정치외교학) 서강대 교수는 “인민들은 시장에서 식량을 구하기 때문에 사정이 괜찮은데, 군 식량사정은 상당히 어려워진 것으로 안다”면서 “북한군이 군량미 비축분을 모두 풀어서 군량미가 다 떨어져간다는 정보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 내부에서 ‘배금주의’가 거세지고 ‘물자 빼돌리기’가 만연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북한에서는 군부가 가장 돈이 많은데, 최근 식량창고에서 군수품이나 석유 등을 빼돌리는 것이 빈번해지면서 일선 군인들은 굶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전쟁예비물자가 40만~50만t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상당량이 이미 유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북한 당국이 올초 군부대에 대한 검열에 들어갔지만, 이미 군인들의 충성심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8일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최근 미국과 국제기구 등에 식량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식량 때문에 대화에 적극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지만, 군량미가 부족한 상황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면서 “해외 주재원들에게까지 1인당 식량을 얼마씩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은 “북한 군인들이 굶어죽는 경우가 1명인지 10명인지 100명인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변방에서 몇명 굶어 죽을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아사자 수에 너무 무게를 두면 대북정책을 펼치기가 쉽지 않아진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