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가 종식의 터널이 언제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방역현장도 탈진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방역당국은 물론, 전국 지방자치단체 상황실과 방역초소, 매몰작업 및 예방백신 접종 현장의 밤샘과 철야근무체제가 지속되면서 피로가 가중돼 잦은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과로 누적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라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구제역 살처분에 투입된 후 방역요원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아 체계적인 치료 대응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일선 지방자치단체와 방역당국에 따르면 구제역 장기화로 축산농민, 지자체 공무원을 중심으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경북 고령군 보건소 직원 A씨는 구제역 방역 업무 후 과로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가 끝내 숨졌다. 이 직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야근과 새벽 근무가 잦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11일 경기 의정부시 신곡2동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W씨는 밤샘근무를 한 후 가슴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기던 도중 숨졌으며, 지난해 12월7일에는 경북 안동시 공무원이 운명을 달리했다.

지난해 11월 구제역 발병 이후 지금까지 구제역 방역 현장에 투입됐다가 과로 등으로 숨지거나 의식불명에 빠진 공무원은 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소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방역 매몰작업이나 백신 접종과정에서 부상을 입는 일은 흔하다.

살처분에 참여한 직원들 중에는 정신적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방역관련 한 전문가는 “외부에서 매몰작업을 도우러 갔다가 충격을 받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잦다”면서 “현장 공무원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