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달 중하순쯤 의원총회를 열어 개헌문제를 논의키로 함에 따라 여의도 정치권은 급격하게 개헌정치로 몰입되는 분위기다. 개헌안의 국회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과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혜)계가 반대하면 개헌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개헌이 가진 폭발성과 각 정파의 이해관계는 이런 단순 산술계산을 넘어서 있어 여당의 ‘개헌 의총’이 열리면 사태전개의 방향을 미리 속단 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개헌론을 주도하는 이재오 특임장관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김무성 원내대표 등 여권핵심부는, 야당과 친박의 반대 때문에 “개헌은 이미 실기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전면 부정한다. 이 장관 측은 6일 “개헌은 일단 논의를 진행해가면 이슈가 급작스레 확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박을 포함해 여당 의원들 대부분은 개헌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고, 다만 시기상 어렵다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해 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기대감을 드러냈다. 친이(친이명박)계 한 의원은 민주당의 반대 자체를 부인하면서 개헌 찬성 의원 200명을 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장관이 주장한 개헌은 ‘4년중임제+분권형 대통령제’인데, 친박은 4년중임제를 주장해오지 않았느냐”며 “의총이 열리면 친박도 개헌자체에 대한 반대는 하기 힘들 것”이라고 추측했다.

반면 친박들의 격렬한 반대로 의총에서 개헌추진 여부가 결론 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많다.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친박은 개헌추진의 배경에 ‘박근혜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고 보고, 개헌 논의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의총을 수십 번 해도 개헌추진 여부는 결론을 내기 어렵고, 개헌 문제를 친이계가 표결로 밀어붙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의총을 열어도, 개헌을 추진할지 말지를 놓고 오랫동안 갑론을박을 벌여야 하고, 설사 개헌추진 쪽으로 결론이 나온다고 해도 다음엔 이원집정제냐 내각제냐, 4년중임제냐를 놓고 또다시 세월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