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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동산 시장이 장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저물고 있습니다. 부동산업계는 올해 시장에 대해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반짝 활황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금자리주택에 가위눌린 한 해였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주택분양업계는 ‘제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보는 격’으로 미분양아파트(수도권 3만여가구) 적체는 외면한 채 시장 침체의 책임을 보금자리주택에 전가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지요. 하지만 정부의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전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 것은 틀림없습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국가 경제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다만 올해 같은 지나친 침체는 주택 연관사업의 연쇄 침체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일부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도 물가상승률 정도는 용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내집마련을 앞둔 실수요자들에게도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실수요자들은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되면 일단 매수 시기를 미룹니다. 집값이 하락세에 있는데 굳이 사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 것이죠. 정작 집값이 바닥에 근접했을 때도 바닥이라는 인식을 못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반등할 수밖에 없고,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가격대의 매수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실수요자들이나 투자자에게는 내년 상반기(1∼6월)가 내집마련, 혹은 부동산 재테크의 적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내년 입주물량이 올해의 절반인 18만여 가구에 그치는 데다 재개발 재건축에 의한 멸실가구가 서울에서만 4만가구에 이르기 때문이지요. 이는 올해 7.8%(KB국민은행 조사 11월 기준·전년대비) 오른 전셋값이 내년에 더 오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셋값 급등은 수도권의 심각한 미분양 적체 해소에도 한몫할 수밖에 없고요. 또 하나는 장기침체에 따른 정부의 규제완화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단순 규제완화를 넘어 시장 부양책이 나올 개연성도 있다는 것이지요. 정부가 건설불황 타개를 위해 집값의 상향 안정을 추구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되면 어려운 보금자리주택 당첨에 실망한 대기수요자, 전셋값 급등 불안에 처한 세입자들이 적극적인 내집마련 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상승기로 진입하게 되는 셈이지요. 다만 인플레이션이 변수입니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지요. 전문가들은 내년에 기준금리가 1%포인트 안팎 오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금리인상을 감안하고 내년 상반기 중 내집마련에 나설 것이냐, 부동산 시장 추이를 좀 더 지켜볼 것이냐는 수요(투자)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