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의 ‘치고 빠지는’ 교묘한 언론 플레이가 크게 늘고 있다. 자국의 핵심이익을 포함, 국가이익과 관련한 문제에 관한 한 무조건 강하게 나오는 ‘아니면 말고’식의 브리핑 행태로 국제사회에 중국의 속내를 교묘하게 전하는 방식이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중국 어선의 서해 침몰사건과 관련해 “한국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톤을 낮췄다. 장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에 여러 차례 유감을 전달했고 중국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1일 중국 어선의 전복 사고과 관련, “한국의 책임”과 “책임자 처벌,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던 강경 태도와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중국의 입장이 이틀 만에 바뀐 배경에는 일단 한국측이 중국 어선들의 불법어로 행위 및 도주와 충돌장면 등 명백한 증거가 담긴 동영상과 중국 선원의 불법 시인 진술 등 명백한 증거들이 잇따라 제시됐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의 일방적인 언론 플레이는 한두번이 아니다. 노벨위원회가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자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를 결정하자 강력하게 반발해온 중국 외교부는 시상식이 열리기 전인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100여개 국가와 기구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을 명확히 지지했다”며 “많은 국제사회의 성원이 노벨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노벨평화상에 대해 국제사회가 중국을 지지하고 있는 것처럼 오도했지만 시상식에 불참한 국가는 쿠바 등 19개국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11월28일에는 베이징(北京)의 모든 외신 기자들이 중국 외교부의 농락에 당했다. 일요일이었던 이날 오후 4시30분 중국 외교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외교부는 기자회견에 앞서 낮 12시58분, 오후 2시13분 2번에 걸쳐 베이징 주재 외신기자의 휴대전화에 일제히 ‘28일 오후 4시30분 중요한 발표’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외신 기자들은 이날 오후 4시30분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등장한 브리핑룸에서 “12월 초순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 협의 제안”이라는 알맹이 없는 발표를 들어야 했다.

베이징 =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