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일부 세력이 김일성의 6·25 남침전쟁 이후 최대의 안보 위란(危亂)을 초래한 북한의 11·23 연평도 포격 도발 와중에서도 종북(從北) 야당·시민세력의 햇볕정책 복원 주장을 노골적으로 복창하며 거드는 언행을, 그것도 집권당 중앙당사에서 열리는 공식회의에서 버젓이 하고 있다. 집권당 내부의 반(反) 대한민국적 이념 일탈 현상을 또 포용이라는 미명 아래 방치한다면 적전분열(敵前分裂)로 인해 국가 안위를 삼켜버리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하게 될 수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4선의 남경필 의원과 재선의 정두언 최고위원은 22일 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이어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지도부 회의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햇볕정책 복원론을 확성기처럼 서슴지않고 반복했다. 남 의원은 “햇볕정책이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의 무장을 도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큰 틀에서 남북 화해로 가는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도 “이 정부 들어 추진한 대북정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퍼주기식 햇볕정책과 현 정부의 말만 화려할 뿐 행동이 뒤따르지 못하는 문약(文弱)한 대북정책이 핵·미사일 개발 실험과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도발로 되돌아온 엄연한 현실만 봐도 햇볕정책 시절의 남북 화해는 김정일의 ‘위장 평화공세’에 불과한 것임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퍼주기식 대북 지원이 북한의 호전성을 더 키우면서 체제 강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실만으로도 햇볕정책은 수없이 파산선고를 받아왔다. 북한의 군사력 강화와 무력 도발을 불러온 것이 햇볕정책이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과소평가하며 햇볕정책 복원을 주장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친북·종북적 이념 편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명색이 집권당의 다선 의원들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을 현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 탓으로 돌리며 대북 정책의 전환을 요구함으로써 북한 정권의 ‘앵무새 대변인’을 자처하다시피 하고 있는 현실이 한나라당 일각의 개탄스러운 이념적 풍토다. 이들 남·정 의원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때 북한 정권의 잔악한 호전성에 대해 날을 세워 비판했다는 얘기는 안보를 걱정하는 국민은 들어본 적도 없다.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무력 도발로 대한민국 안보가 치명타를 맞은 안보 위란 속에서 집권당 공식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친북·종북세력의 햇볕정책 복원 주장을 가감없이 편들고 있다.

이들이 햇볕정책 복원을 주장하는 정치적 저의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에 돌을 던지는 일부 국내 친북·좌파·반미 세력으로부터 ‘보수 꼴통’이라는 소리를 듣는 한나라당 안에 몸을 담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다른 노선의 정치 행각을 벌이고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차별화하려는 소영웅주의의 얄팍한 계산이 깔려 있다. 또한 일부 유권자들의 근거없는 전쟁 불안 심리에 편승해 국가 위기 속에서도 표나 챙겨보려는 저급한 인기영합주의다.

이같은 소영웅주의·인기영합주의는 한나라당 안에서 비단 이들 남·정 의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풍토화(風土化)되다시피 하고 있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15명을 포함해 4선 의원 2명, 3선 의원 3명, 재선 의원 3명 등 23명은 1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아직 국회에 상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리력을 동원한 강행처리에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서를 내놓으며 미리 선을 그어놓는 기회주의적 처신을 주저하지 않았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남·정 의원의 햇볕정책 복원 주장 동조에 “환영한다”고 반겼다. 남·정 의원 등 친북·종북적 소영웅주의·인기영합 세력은 한나라당과 대북관(對北觀)을 비롯해 이념적 스펙트럼이 맞지 않으면 스스로 당을 떠나 친북·종북 야당의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 그나마 유권자들의 판단을 덜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이들 세력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보수·우파라는 이념 간판을 내려야 한다. 한나라당 정권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표로 응징할 것을 지금 경고하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