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고 북한도 이를 포함한 모든 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한국과 미국에서는 6자회담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과거 6차에 걸친 6자회담이 결국 성과없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이어진 만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의지와 조치가 없이는 6자회담을 다시 열더라도 결실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6자회담을 열자는 것”이라며 “핵 동결을 포함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없고, 열어도 과거처럼 북한의 요구에 끌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후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이제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협상을 통한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 바 있다.

학계에서도 최근들어 6자회담의 유용성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기류가 뚜렷해졌다. 최강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16일 아산정책연구원 세미나에서 “6자회담의 유용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6자회담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도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중국이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기존의 6자회담은 북·미 양자대화에 너무 무게 중심이 실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6자회담에 대한 이같은 회의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6자회담의 종결을 선언하는 것은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차 교수는 “6자회담은 여전히 동북아 국가들을 포괄하는 유일한 다자간 기구”라며 “외교적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을 포함한 다자간 협상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체제를 활용하는 게 비용이 더 적게 든다”고 말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