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 바이러스가 한겨울에 수도권으로 확산되면서 구제역이 이처럼 기승을 부리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0년 구제역은 3월24일~4월15일, 2002년 구제역은 5월2일~6월23일에 발생했으나 올들어 3차례 빈발한 구제역 중 강화발 구제역(4월8일~5월6일)을 제외하고는 동절기인 1월과 11월말에 각각 발생하는 등 봄보다 겨울에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김순재(수의학) 건국대 교수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오히려 여름철에는 태양광과 자외선에 의해 빨리 죽는다”면서 “하지만 영하 이하의 추운 날씨에 강하고 얼어도 동면상태로 존재하다가 추위가 풀리면 다시 활동하는 특성을 지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거 서해안에서 발생하던 구제역이 이번에 내륙과 수도권에서 발생했는데 결국 사람의 이동에 의해 전파됐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경검역과 인력·차량 통제 및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경북도에 따르면 15일까지 안동, 예천, 영양 등 경북도내에서 발생한 33건의 구제역 감염경로를 분석한 결과 ▲사료차량 및 운전기사 발생 20건 ▲볏짚수송과 동물약품 구입 3건 ▲가축입식 2건 ▲축산인 모임 2건 ▲왕겨·축분차량 이동이 각각 1건씩으로 추정됐다. 살처분한 16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사료 차량 5건, 가축 입식 3건, 이웃 방문 2건, 농기계 수리시설 이용과 구제역 발병 농가와 같은 도로 사용이 각각 1건 등으로 추정됐다.

구제역 발생시 초동 대처가 늦은 것도 문제지만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은 안이한 대응이 화를 키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제역 발생 이후에도 일부 축산농민들은 작목반 모임을 하고 가축을 살처분한 이웃을 위로방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종기자·대구 = 박천학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