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쓰면서 윗연배의 어른들을 만날 때 이전보다 조심스러워졌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무의식 중에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짓을 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상대방의 처지에서 보면 대단히 무례한 짓거리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 스마트폰에 능숙한 후배들이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계속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며 딴짓을 하면 머리통을 한 번 쥐어박아주고 싶었거든요.

갤럭시S, 아이폰 등이 등장하며 한동안 스마트폰 열풍이 불었습니다. 애플사의 아이패드가 최근 국내에 출시되면서 기존 태블릿PC 제품과의 시장 쟁탈전이 뜨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아이패드는 무엇이며, 어떻게 쓰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는 사람들을 위해 출판사들이 관련 책들을 앞다퉈 펴내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퍼펙트 매뉴얼’(폴 맥페드리스 지음·루비박스), ‘아이패드 퍼펙트 가이드북’(최현민 지음·한스미디어)이 대표적입니다. 전자는 아이패드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기능, 사용법, 문제 해결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해놨습니다. 후자 역시 본문 내용을 무작정 따라하면 동영상, 음악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간단히 익힐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앞서 나온 ‘아이패드 쇼크’(하야시 노부유키 지음, 도현정 옮김·비즈니스맵)는 태블릿PC가 제2의 디지털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책을 감수한 국내 사이버대학의 한 교수는 “아이패드와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며 큰 세대는 모든 면에서 도약할 것”이라며 마치 애플사의 홍보 관계자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들을 보며 아이러니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태블릿으로 손쉽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이패드는 종이책과는 상극 관계임이 분명한데, 종이책이 그 기능을 상세히 전달하고 그것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를 예찬하고 있으니….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기기는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와 소통할 수 있는 이른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다 원활하게 제공합니다. 트위터, 페이스북이 급속하게 퍼져가니 그에 관한 책들도 국내 서점가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영화 ‘소셜네트워크’의 소재가 된 페이스북의 기능을 익혀 비즈니스 마케팅에 활용하자는 내용을 담은 신간이 특히 많습니다. ‘인사이드 페이스북’(정광현 지음·삼정데이타서비스), ‘페이스북 이펙트’(이준구 지음·아라크네), ‘페이스북 마케팅’(메리 스미스 등 지음, 최기원 등 옮김·스펙트럼북스) 등이 그런 책입니다.

이런 책들은 온라인이 주도하는 세상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남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잊어라-소셜크리에이티브’(황성욱 지음·마젤란)는 거기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합니다. 저자는 “전화,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열풍 속에서 허우적댔다”며 “세상의 기기는 무한정 발전하는 것이니,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 가져온 SNS의 거품도 곧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에 따르면, 진정한 ‘소셜 마케팅’은 SNS뿐만 아니라 온라인 밖 세상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필요로 합니다. 온라인에서 숱하게 속아본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진정성 있게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의 주장이 일리가 있지만, 당장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직장인으로서 SNS에 빨리 능숙해져야 하겠다는 강박관념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침을 튀기며 SNS의 장점을 설파하는 젊은 후배들의 모습이 전철 내에서 자신의 신앙을 소리 높여 전도하는 종교인의 모습과 겹치지만,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장황한 설교를 듣는 것은 그 때문이지요. 새로운 디지털 기기가 가져온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안달복달하지 않으면서도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 되지 않기란 쉽지 않겠지요. 디지털 세계를 다룬 종이책들을 들춰보며 남 모르게 한숨을 쉬어봅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