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북한의 국지도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북 군사압박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큰 줄기는 대응 공격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교전규칙’의 수정과 서해 5도의 전력 강화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같은 내용을 직접 지시한 상태여서 군은 신속한 대책 마련에 착수할 방침이다.

교전규칙의 수정 필요성은 이번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이 너무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따른 대응책으로 제기됐다. 북한의 서해안 절벽 동굴진지에 설치된 해안포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전투기 공격이 필요하지만 ‘확전방지’에 초점을 맞춘 현행 교전수칙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따라서 수정안은 상황 전개와 작전의 필요성에 따라 전투기의 공격 가능성을 열어 놓는 방향을 집중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행 교전규칙은 (대응 공격의 수단이) 너무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며 “교전규칙의 수정은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기보다는 현장 지휘관의 재량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투기의 미사일이나 정밀유도폭탄의 경우 북한의 해안포를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확전의 우려가 크다는 것이 군의 고민이다. 이번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상황에서도 청와대 일각에서는 전투기 공격 의견이 있었으나 군은 ‘상황 관리’ 필요성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해안을 따라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전력을 배치해 놓고 있다”며 “이번에 우리 전투기가 북한의 해안포를 타격했다면 북한은 무차별 포격으로 대응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이번처럼 전투기로 확실하게 공격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교전규칙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며 “유엔사와 긴밀히 협의해서 국민 정서에 맞도록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군은 연평도와 백령도를 포함한 서해 5도의 방위 개념을 ‘대(對) 상륙전’에서 ‘대(對) 화력전’으로 전환하고 전력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해 5개 도서의 군 전력을 정밀 점검해 신속한 보강조치를 취하고, 예산이 필요한 부분은 내년 예산에 우선 반영할 수 있게 관계 부처가 협의하라”고 지시해 놓은 상태다.

군은 일차적으로 연평도에 배치된 K-9 자주포를 6문에서 2배 정도로 늘리고, 사거리가 짧은 105㎜포를 150㎜포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 “연평도에 배치된 전차는 공격용으로, 과거 (북한의) 상륙 위험을 고려했는데 지금은 포격 위험이 있다”며 “추가 전력 문제는 공격 양상이 바뀌어 새롭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