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외 인클로버 이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진 마니아’다. 사진 마니아는 많지만, 한 이사장은 자신의 취미를 사회봉사와 연계해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이다.

그의 사무실 한편은 마치 창고 같다. 사진 스튜디오를 통째로 옮겨 온 듯 조명과 배경 스크린, 수백개의 액자가 즐비하다. 다문화 가정의 가족사진을 찍어 주기 위한 장비들이다. 한 이사장은 삼성그룹에서 오랫동안 최고경영자(CEO) 생활을 해 온 것을 반영하듯 가족사진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한다.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생활고에 시달려 현장에서 바로 전해 주지 않으면 찾으러 오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장비 일체를 싣고 다문화 가정이 사는 곳으로 ‘출동’해 화장부터 촬영, 포토샵 처리, 인화까지 그 자리에서 끝낸 뒤 액자에 넣어 준다.

처음에는 가족사진을 넣기 위해 큰 액자를 준비했다. 그러나 한 이사장이 준비한 큰 액자는 아직도 그의 사무실 한쪽에 수북이 쌓여 있다. 대부분 다문화 가정의 집이 협소해 큰 액자를 걸어 둘 만한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액자 사이즈를 부랴부랴 작은 것으로 바꿨다. 시간 여유가 있다고 하면 가족사진을 찍은 뒤 사무실로 돌아와 포토샵으로 예쁘게 다듬은 후 고화질 프린터로 인화해 정성스레 액자에 넣어 준다. 물론 모든 비용은 무료다.

그가 다문화 가정의 가족사진을 찍는 이유는 그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한 이사장이 찍어 주는 가족사진이 그들에게는 ‘생애 첫 가족사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이사장은 4년 전부터 유명한 사진작가인 조세현씨에게 틈틈이 사진을 배웠다고 한다. 알고 보면 사진 전시회까지 개최한 적이 있는 ‘프로에 가까운 아마추어’다. 일몰 직후 독도 사진을 찍을 때는 하마터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진을 찍는 것은 사진 속에 자신이 꿈꾸는 세상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