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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부는 계절에 주의해야 할 질병이 있다. 말초혈관의 혈액순환이 잘 안 돼 손과 발이 차가운 증상인 수족냉증 또는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돼 통증과 함께 손과 발이 저린 증상인 ‘레이노이드증후군’이 그것이다. 전문의들은 증상이 심할 경우, 혈관이 막혀 살이 썩는 피부 괴사까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손과 발이 차면서 색깔이 변하는 증세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곧바로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 레이노이드증후군 = 손발이 과도하게 찬 증세인 레이노이드증후군이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으며 노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20, 30대 여성에게 자주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혈관센터 박호철 교수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레이노이드증후군 환자는 지난 2004년 6876명에서 2005년 9156명으로 증가한 뒤 2006년 1만497명으로 1만명을 돌파했다. 2007년에는 1만2479명, 2008년에는 1만9565명으로 2004년부터 5년 동안 284%나 증가했다. 2004~2008년 전체 환자 5만8694명 중 여성이 3만7584명으로 남성보다 28% 많았다.

레이노이드증후군은 추위에 노출된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이 창백하게 변했다가 곧 파란색 또는 보라색으로 바뀌는 질환이다. 류머티즘이나 피부 경화(硬化)증 같은 질환에서도 이 같은 레이노이드 증상이 나타난다. 레이노이드증후군은 호르몬이나 스트레스 등 내부적 요인이나 찬바람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자율신경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하거나 확장하면서 생긴다. 말초혈관 자체가 막힌 레이노이드 병의 경우, 혈관을 확장하는 수술 요법을 쓴다. 레이노이드증후군은 보통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약물 요법을 많이 사용한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병하는 이유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성 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혈관의 수축과 확장, 스트레스에 따른 혈액순환 방해, 짧은 치마 등 신체 노출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수족냉증 = 레이노이드증후군보다는 조금 약한 손과 발의 차가운 증상이나 저린 증상을 수족냉증이라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수족냉증을 심장 기능이 약하고 추위를 많이 타 기혈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에게 잘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위(脾胃) 기능이 약해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에게서도 잘 나타난다. 소화 기능이 여의치 못하면 피를 사지말단으로 보내는 기능이 약해져 손발이 싸늘해진다는 것이다. 키나 체중에 비해 근육량이 적은 사람도 수족냉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주로 뜸과 침 요법을 통해 냉증으로 생긴 온몸의 기혈순환 장애를 개선한다. 침, 뜸과 함께 공진요법도 함께 쓰는데, 이는 원적외선을 환자에게 쬐여 통증을 완화하고 면역력과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기혈순환을 돕는다. 수족냉증 진단은 체표의 온도를 색깔로 표시해 주는 적외선 체열측정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맥전도, 가속도 맥파 등의 검사를 통해서도 말초혈관의 순환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 예방법 = 우선 찬 것을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야 한다. 가을 환절기부터 겨울까지 손발뿐 아니라 전신을 따뜻하게 잘 보호하고 외출할 때는 반드시 장갑을 착용한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냉수마찰이나 냉온욕 등이 좋고 세수나 설거지를 할 때는 따뜻한 물을 사용한다. 관절을 자주 움직이는 걷기 등의 운동도 좋다. 생강차 등 뜨거운 차를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흡연은 손과 발끝으로 가는 혈액을 더욱 적게 만들기 때문에 금연하는 게 좋다. 비위 기능을 강하게 하기 위해 천천히 오래 씹어 먹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혈류를 증진시키는 참치, 연어, 청어, 고등어 등 오메가3와 오메가6 지방산이 든 음식이 좋고 혈관 수축을 촉진하는 커피는 과하게 마시지 말아야 한다.

＜도움말 =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혈관외과 박호철, 한방부인과 이진무 교수＞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