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물을 마시고 있다. 김선규기자 ufokim@munhwa.com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해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를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이라고 비판했다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지난 19일 문제의 발언이 있은 지 사흘 만인 21일 박 대표의 발언을 공식으로 부인했다. 이로써 박 원내대표 발언 파문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권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기세등등해진 한나라당은 박 원내대표를 향해 ‘습관성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이고 나왔다. 박 원내대표가 평소 4대강사업과 남북관계 등으로 여권을 아프게 공격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차제에 박 원내대표의 정치적 입지와 공신력을 흔들어 놓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박 원내대표가 ‘중국입장을 이해한다’고 해서, 마치 중국이 곤란해서 거짓말하는 것처럼 교묘하게 각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박 원내대표를 겨냥해 ‘반복되는 습관적 거짓말’이란 표현도 썼다. 안형환 대변인도 “박 원내대표는 ‘중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꼼수부리기를 하고 있으며 이는 또 다른 거짓말로 중국과 시진핑 부주석을 다시 한번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김무성 원내대표는 언급을 자제했다. 하반기 예산국회 협상을 풀어갈 상대 당 원내대표를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도 이날 “더 이상 할말이 없다”고 했다. 전날엔 “거짓말로 국민을 현혹시켰고, 대단한 외교적 결례를 했다”고 박 원내대표를 비난했었다.

민주당은 대단히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제가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고 짧게 말하고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21일엔 “중국 정부의 외교적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은 사실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손학규 대표도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일의 본질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진전시키느냐 후퇴시키느냐는 것”이라며 “중국지도자의 눈에 (정부의 대북정책이)어떻게 보이느냐가 문제지 특정 단어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매달리는 이 정부를 어떻게 볼지 걱정”이라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실수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회부의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전날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박 원내대표의 말이)진실일 것으로 추정하지만 부적절했다”며 “차기 중국 지도자가 될 분과 우리 대통령과 관련된 발언을 쉽게 얘기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세동·김병채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