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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뮤지컬컴퍼니의 ‘스팸어랏’(2011년 1월22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전아트홀·사진·1588-5212)은 2005년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 최우수뮤지컬상, 여우주연상, 연출상을 수상, 세계 뮤지컬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 서사 풍자 패러디 뮤지컬입니다.

‘캣츠’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등 1980, 1990년대를 지배한 이른바 세계 뮤지컬 ‘빅 4’의 인기가 자연수명을 다한 가운데 세계 뮤지컬의 ‘미다스의 손’ 캐머런 매킨토시와 ‘황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의욕적인 후속작 ‘선셋 대로’ ‘마틴 기어의 귀향’ 등이 잇따라 실패하며 세계 뮤지컬계는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습니다. 오프 브로드웨이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렌트’, 그룹 아바의 히트곡을 절묘하게 이어붙인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 그리고 디즈니의 블록버스터 뮤지컬 ‘라이온 킹’ 등이 각축을 벌이며 차세대 뮤지컬의 헤게모니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중이었지요. 이때 ‘스팸어랏’이 등장, 풍자 패러디 뮤지컬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겁니다. 하지만 번역이 쉽지 않은 고급 영어와 대작 지향의 한국 공연풍토와 맞지 않아 국내 공연이 어려울 것으로 봤는데 오디뮤지컬이 우리말 맛을 잘 살려 멋지게 번안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적 현실에 바탕한 완성도 높은 번안입니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성공공식인 ‘유대인 라인’을 ‘연예인 잡기’로 옮기고 국내 유명CF를 이용하는 등 한국적 상황으로 재치있게 녹여냈습니다. 더블캐스팅된 주인공에 따라 박영규씨에게는 자신의 히트곡인 추억의 노래 ‘카멜레온’, 정성화씨에게는 출세작인 뮤지컬 ‘돈키호테’를 패러디한 장면을 따로 만든 것도 무릎을 치게 했습니다.

또 보티첼리의 명작 ‘비너스의 탄생’을 패러디한 호수의 여신 등장장면을 비롯해 시골 농부에서 꽃미남 기사로 변신, 호수의 여신과 함께 나타나는 갤러한 경을 ‘오페라의 유령’의 명장면으로 패러디하는 등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장면이 곳곳에 등장, 찾아보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이와 함께 ‘코러스 라인’의 화려한 탭댄스, 전설적인 안무가 밥 포시의 관능적인 춤을 비롯해 인기그룹 ‘소녀시대’의 ‘발랄무비’한 안무를 이용해 만들어낸 느끼한 호수의 여인들의 춤은 절로 박수를 치게 했습니다.

아더왕이 원탁의 기사를 모으고 성배를 찾는, 익히 알려진 과정을 마치 중세의 파스(Farce·소극·笑劇)처럼 우화적 무대에서 한바탕 웃음으로 버무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마당극처럼 펼쳐내며 주변상황을 촌철살인으로 풍자, ‘아는 만큼 본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지적인 뮤지컬의 전형으로 평가됩니다.

김승현 선임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