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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수장들이 잇달아 세계 각국의 환율 전쟁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나섬에 따라 향후 펼쳐질 글로벌 환율전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나선 것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방위로 확산 중인 환율전쟁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경제가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 태국 등 신흥국가들도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이나 양적 완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환율 전쟁이 격화되는 것은 각국의 재정이나 통화와 같은 경기부양 수단이 소진된 상황에서 수출이 경기 회복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 직접적인 보호무역조치가 금지된 상황에서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문제는 IMF와 세계은행 수장들이 경고했듯이 이 정책은 전세계를 대공황 수렁에 몰아넣었던 1930년대 ‘근린궁핍화 정책(타국의 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책)’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실제 환율 전쟁은 미 하원의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 개혁법안’ 의결, 미·중 간 반덤핑 관세 부과 등 무역 전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주요20개국(G20) 정상들이 첫번째 회의 때부터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하고 정책 공조를 하기로 한 것도 금융위기가 대공황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최근 각국 경제 회복 속도가 다르게 나타나는데다 세계 무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각국의 화폐 가치 절하 경쟁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국은 올해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2.6%(IMF 전망치)까지 증가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도 정부부채 비율이 84.1%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심각한 재정적자 때문에 더 이상 재정지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 정부부채 비율이 올해 226.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0~0.25%)과 일본(0~0.1%)은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0) 금리여서 추가 금리 인하도 어렵다.

반면 중국은 GDP 대비 수출 비중이 30%대로 환율 의존도가 높아 미국 등이 요구하는 대로 위안화 절상 속도를 빨리하기에는 경제구조가 취약하다. 이 때문에 환율 갈등은 IMF와 세계은행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간선거와 서울 G20 정상회의가 예정된 11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율 갈등이 지속되겠지만 환율 갈등이 파국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 합의 하에 대폭적인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했던 1985년 ‘플라자 협정’보다는 달러화 가치 소폭 약세가 진행됐던 2003년 ‘두바이 주요7개국(G7) 합의’ 수준의 공조나 위안화의 완만한 절상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석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