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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아파트(주거와 상업·업무 공간이 복합된 건물)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올 들어 아파트 가격 하락의 첨병 역할을 하더니 최근에는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주상복합(37층)에 불이 나면서 ‘화재 무방비 주상복합’이라는 오명까지 썼습니다. 주상복합아파트 재테크의 시대가 간 것일까요.

실제 부동산업계에서도 1999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장 이후 10여년간 최고의 주거 공간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된 주상복합아파트의 시대가 끝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더구나 30층이 넘는 초고층 주상복합과 주거용 오피스텔은 장기적인 투자 가치의 매력을 상실했다고 보고 있지요.

주상복합은 탁월한 조망과 보안, 수영장, 연회장, 골프연습장 등을 갖춘 호텔식 커뮤니티 시설, 단지 내에서 쇼핑과 의료·금융 서비스를 모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라이프스타일’ 등이 주목받으며 급성장했습니다. 용산의 한 주상복합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2000대 1을 넘기도 했지요. 주상복합 특유의 장점과 함께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로 분양만 받으면 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결점이 많은 주거 공간이 주상복합입니다. 1000%대의 높은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연면적 비율)과 비싼 관리비, 취약한 환기·환풍, 화재 시 진화 어려움 등이지요. 여기에 급전 필요 시 매각이 쉽지 않은 데다 재건축 메리트도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 초에는 서울 잠실 인근의 주상복합 급매물이 경매로 나와 시세의 절반에 낙찰되기도 했지요. 또 지난 8월 공매에 나온 타워팰리스가 감정가의 69%에 낙찰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건설·시행업계는 울상입니다. 일반아파트보다 용적률을 높게 받아 넓은 면적으로 지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주상복합의 결점이 부각되면서 가격이 추락 중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부산 화재는 침체된 주상복합 시장에 짙은 먹구름을 덧씌운 셈이 됐지요. 당장 수요자들의 주상복합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오는 11~12월 서울과 성남 판교, 충북 청원 등에서 준비하는 건설·시행사들 상당수가 분양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재테크로서 주상복합 투자는 신중해야 합니다. 특히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은 아무리 메리트가 높은 주상복합 분양 물량이라도 꼼꼼히 따져 본 후 청약에 나서야 합니다. 미디어 광고나 분양 담당자들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는 것이 주상복합이기 때문이죠. 다른 장단점을 차치하고라도 주상복합은 부동산 침체기에 매매가격이 가장 먼저 떨어지고 매수세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투자 가치가 높은 주상복합아파트라도 서울 등 수도권 역세권과 주변 상권이 뛰어난 곳에서 시세보다 낮게 분양하는 물건을 찾을 것을 조언합니다.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