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 “북한은 국민을 노예화하는 정권이며 감옥같이 폐쇄된 사회”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는 역동적이고 개방되고 자유로운 사회와 감옥같이 폐쇄된 사회가 가장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지역”이라며 남북한을 비교한 뒤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세계의 자유와 정의, 평화는 개인의 자유와 정의, 평화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면서 “학교에 가고자 하는 어린 소녀들을 죽이는 탈레반, 국민들을 노예화하는 북한 정권, 전쟁의 무기로 성폭행을 사용하는 콩고 킨샤사의 무장그룹”을 극단적 인권 위협의 예로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핵문제 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이란과의 외교적 통로는 열려 있다”고 밝혀, 북핵문제도 북한이 진정성을 보일 경우 협상에 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례 없이 강한 톤으로 북한 김정일 체제와 인권상황을 비판한 것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8·27 북·중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에 복귀의지를 밝힌 뒤에도 진정성이 담긴 후속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데 대한 직접적 경고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해선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는 등 남북관계가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더 보좌관은 특히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떠한 다자 프로세스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라고 밝혀 북한의 천안함 침몰사건 사과와 해명이 있어야 북·미 양자접촉 및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가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도 북한이 대남유화공세를 강화하는 국면에서도 북한의 천안함 침몰사건 사과가 전제되지 않는 한 유의미한 남북대화나 대규모 대북쌀 지원은 어렵다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