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간 ‘환율전쟁’, 중국과 일본 간에 ‘영토분쟁’이 가속화하면서 정부가 24일 고민에 빠졌다.

북핵 해결 문제가 해당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후순위 의제로 밀리면서 한반도 문제가 자칫 교착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3국간의 꼬리를 문 갈등이 고조되면서 그러잖아도 교착상태인 북핵 해결 국면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연말을 넘길 수 있고, 서로 국익을 둘러싸고 대립할 경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공조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통일부 등 외교당국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는 가운데 “해당국의 양자간 이슈들이 급부상한다고 해서 북핵문제가 뒤로 밀리는 것은 아니고, 사실 무관하다고 보면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국들간 당국자 접촉은 별개 라인으로 계속 논의 중에 있고 공조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양자 문제를 북핵문제와 연관시켜서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이날 “미·중, 중·일간에 특정 이슈를 놓고 갈등을 빚는다고 해서 한반도 현안이 국제사회에서 후순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북핵 문제는 무엇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 관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교당국의 이 같은 파장 최소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뉴욕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엔 총회 등 국제 외교무대에서는 사실 북핵문제가 예상했던 수준보다 많이 다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뉴욕에서는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북핵6자회담과 관련해 한·미·일 3국협의를 가졌으나, 한·중 및 한·러 회동은 갖지 못했다.

외교장관 회담도 유엔총회를 계기로 6자회담 관련국들간에 연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 한·일 외교장관 회담 외에 중요한 협의채널인 한·미, 한·중 외교장관회담 등은 열리지 못했다.

중·일간 정상회담도 중국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러다 보니 6자회담 문제는 심도 있는 논의보다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김상협·박영출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