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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도 / 호사카 유지 지음 / 책문

“일본인들이 우리 땅 독도(獨島)를 왜 그토록 탐내는지 알아. 그 사람들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하잖아. 다케시마를 거꾸로 읽어봐. ‘마시케다’! ‘맛있겠다’의 일본식 발음인 거야. 그자들이 왜 턱없이 입맛을 다시는지 알겠지?”

낡은 유머인데도 들을 때마다 쓴웃음을 짓게 됩니다.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예감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새로 나온 책 ‘대한민국 독도’는 2009년에 나온 ‘우리 역사, 독도’의 후속편입니다. 저자는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호사카 교수. 일본 도쿄(東京)에서 태어나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한 그는 일본이 아닌 한국을 ‘우리나라’로 부릅니다. 한·일관계사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체류 15년 만인 2003년 귀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 땅이 분명한 독도를 국제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가 부당하다는 것을 역사적 자료를 통해 밝히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이번 책은 그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일본 정부가 국제 사회에 전파하고 있는 논리를 깨트릴 수 있는 근거들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일본 정부는 1696년에 에도막부가 울릉도 도해금지령을 내렸으나 독도에 대한 도해금지는 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일본인들이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호사카 교수는 당시 일본 최고 권력기관이었던 태정관 지령문이 독도를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명시했다는 자료를 제시합니다.

또 일본 정부는 1951년 8월에 미국이 한국정부에 송부한 ‘리스크 서한’으로 인해 독도가 일본 영토로 결정됐다고 합니다. 호사카 교수는 ‘밴 플리트 대사 귀국보고서’ 등 당시 자료를 통해서 보면, 리스크 서한이 연합국들과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비밀리에 한국에 통보된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반박합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논리는 역사적 근거 자료로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 호사카 교수의 견해입니다. 그럼에도 국제 사회에서는 일본 측 주장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한국 측을 지지하는 국가들보다 훨씬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외교 전쟁에서 뒤지고 있는 탓입니다. 일본 정부는 1994년 ‘200해리 배타적 경제 수역’이 공표된 시점부터 해양 자원의 보고가 될 독도를 차지하기 위해 국제 사회에 자국의 논리를 전파하는 데 힘을 쏟아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 발 뒤늦게 뛰어들었는데다가 그마저 반크 등 민간단체의 뒤에 숨어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호사카 교수는 지적합니다. 한·일 양국 정부의 공식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독도에 대한 견해를 보면, 제 3자인 외국 정부가 풍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일본 측 견해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한국 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치밀한 논리로 공표한 웹사이트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입니다. 외국 정부는 그 나라의 공식 사이트 견해를 어느 의견보다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동안 독도 문제에 관해 왜 그토록 게을렀던 것일까요. 다소 비아냥거리는 말투를 빌리자면, 정부가 팔짱을 끼고 있어도 가수 김장훈씨 같은 애국심이 강한 국민들이 나서서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일까요.

게으른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일관성 없는 대응입니다. 국제 사회에 호소하는 일본의 평소 움직임에는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며 ‘조용한 외교’를 표방하다가 표면적으로 갈등이 불거지면 감정적으로 맞서며 ‘단호한 외교’로 돌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일본의 치밀한 전략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사카 교수는 책 말미에서 이렇게 지적합니다. “국민적 인기만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은 일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략이 없는 감정적 대응은 결국 더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