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오전 정부 과천청사 대회의실에서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획기적이라고 평가받을 만한 친서민정책을 발표했다. 정책의 수혜 대상에는 기초생활수급자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포함된다. 이 대통령이 ‘생산적·능동적 복지’라고 밝힌 정책은 소득상위 30% 이상에 해당하는 고소득층 정도만 배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막대한 돈이 든다는 점이다. 새해 친서민정책 예산이 전년대비 33.4% 증액되는 만큼 사회간접자본(SOC)을 포함한 다른 분야에서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국민의 70%에 해당하는 보육비 전액 지원, 실업고 학생들의 등록금 전액 지원 방침 등은 역대 정권에서도 검토됐으나 이 같은 예산 문제로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정책들이다. 이날 발표에서는 빠졌지만, 한나라당과 보건복지부는 추가로 소득상위 30%를 제외한 가정에 아동수당을 매달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아동수당은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 MB의 획기적인 서민대책 왜 나왔나 = 이 대통령이 밝힌 이날 정책방향은 일각에서 벌써 ‘포퓰리즘 아니냐’, ‘예산조달이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예상 수준을 뛰어넘는다. 이 대통령이 구호로만 친서민정책을 외쳤던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하면 곳곳의 난관을 돌파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이 대통령이 쥐고 있는 반대파에 대한 설득 논리는 ‘공정한 사회론’에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삼박자 전략으로 정부의 친서민정책과 함께 기업의 상생 및 동반성장, 상류층의 나눔·봉사 등을 꼽고 있다. 각 경제주체들이 제각각 영역을 담당하되 정부는 상대적 빈곤, 양극화 심화와 같은 경제 위기극복 과정의 그림자를 없애는 데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이 “경제성과를 서민층에 골고루 확산시켜야 한다”고 호소해 왔던 일환이다. 실업고 학생의 등록금 전액 지원 방침 역시 ‘공정사회’의 바탕이 되는 기회균등의 구체적인 정책프로그램으로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실업계 학생은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렵다”며 “이들에게 등록금만 대주는 게 아니라 졸업 후 취직하도록 일자리 연계프로그램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재원조달 등 문제점은 없나 = 이 대통령이 이날 ‘서민희망예산’ 반영을 지시한 데 따라 정부가 재원 확보를 위해 우선 삭감 대상으로 검토하는 분야는 전국 각 지역의 불필요한 선심성 SOC 투자와 시급하지 않은 사업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간에는 이 분야 예산을 돌려 친서민정책 예산으로 돌리기로 이미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전임 정권에서 공항, 항만에 무분별하게 투입된 예산이나 현재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민원만을 생각해 요구하는 생색내기용 도로사업 투자를 줄이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대상도 몇몇 거론되고 있다. 지난 정권 때 정치권의 입김으로 추진됐던 양양·무안·속초·울진 공항과 부산·포항·광양·평택 항만 등이 우선적인 재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또 일제강점기 역사기념관 사업 등과 같이 시급성이 덜한 사업 부문의 예산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방향이 미래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만한 것으로 평가되는 ‘녹색성장’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대·중소기업 상생에 적극 협조하기로 한 대기업들이 정부의 SOC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지역의 민원 사업을 미룰 경우 지방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돼 우선순위 재조정을 둘러싼 신경전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추가적인 세원발굴 방법도 고민 중이다. 고소득자의 세금탈루를 차단하고 이에 정당한 세금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청와대는 그러나 ‘부자 증세’와 같은 변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담배세를 대폭 인상, 세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상협·박영출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