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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화 공세’가 거세지면서 미국에서도 향후 대북정책 방향을 놓고 ‘대화파’와 ‘압박파’간 갈등이 서서히 표면화되고 있다. ‘투트랙’에서 ‘대화’나 ‘압박’ 중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면서 ‘천안함 침몰 사건’ 출구전략도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화파’가 북핵 6자회담 재개로 천안함 국면을 이제 넘어서자는 주장이라면, ‘압박파’는 지난 8월말 추가적 대북 금융제재 이후 압박 효과를 기다리면서 ‘북한 옥죄기’를 더 이어가자는 입장이다.

먼저 ‘대화파’를 이끄는 미국 국무부의 대표적인 인사는 12일 방한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다. 실무적으로는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가 보즈워스 대표를 뒷받침하고 있다. 보즈워스 대표는 직위가 ‘대화’ 담당이기도 하지만, 역할을 떠나 대화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실제로 보즈워스 대표는 13일 국내 인사들과의 면담에서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양자 접촉 등의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에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라면서 강도 높게 압박해 온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최근 합류할 조짐을 보이면서 ‘대화파’에 무게감이 쏠리고 있다.

반면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반박하는 ‘압박파’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8월초 한국을 방문했고, 8월30일 대북 금융제재를 발표한 로버트 아인혼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이 대표적이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과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압박’에 더 강조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압박파 주장의 핵심은 최근 북한이 대화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근본적인 태도 변화인지 의심스럽고 천안함 문제도 해결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 ‘압박파’는 미국 내에서 팽배한 6자회담 무용론 주장과 맞물리면서 여전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그러다 보니 미국 내부에서도 ‘강온’이 동시에 존재하고, 토론도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다. 대신 양측 모두 너무 앞서가면 한 단계 톤을 낮추는 ‘견제’도 만만치 않다. 이 과정에서 ‘북한 저승사자’로 불리는 아인혼 대북 제재 조정관의 중국 방문이 돌연 연기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보즈워스 대표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양자접촉 가능성 발언에 대해서는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13일 “일반론적 의미”라고 일축했다. 미국 내부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클린턴과 보즈워스는 비핵화로 선회하자는 의견이 강하고,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반면 스타인버그와 제프리 베이더는 천안함 문제를 더 짚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