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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 교수·경영정보학

지구촌이 스마트폰 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전세계 무선전화기 시장 1위 탈환을 목전에 두고 있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기업의 무한질주가 갑자기 애플의 아이폰 폭풍으로 벽에 부닥친 양상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3일 개막된 ‘국제가전전시회(IFA) 2010’은 글로벌 스마트대전(大戰)의 현장이다.

이러한 도발적인 시장 변화에 국내 기업과 경쟁자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지성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변화를 모바일·미디어·앱의 변혁에 따른 글로벌 전자산업의 ‘3대 빅뱅’으로 명명하고, 혁신을 선도하는 ‘스마트 창조자’가 되기 위해 내년에 30조원 수준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또한 스마트 TV를 통한 대응을 천명하고 있으며, SK텔레콤 역시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T스토어’를 강화해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개방키로 결정, 사용자와 앱 수를 크게 늘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경영 이론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후발 업체가 선도 업체로부터 시장을 빼앗기 위해서는 적어도 비용이 30% 이상의 차이에 해당하는 혁신을 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만큼 유사한 가치를 갖고는 고객을 빼앗아 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후발 업체인 한국 기업의 현재 대응은 여전히 애플이 설정한 비즈니스 모형을 따라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고객에게 획기적으로 싸거나 새로운 가치 체계를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업 대 기업’의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 대 플랫폼’의 경쟁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애플의 성공은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만의 성공이 아니라, 아이튠즈를 통한 음악 콘텐츠의 손쉬운 배포를 결합한 서비스 모형의 성공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콘텐츠 사업자를 우군으로 확보하고 같은 이유로 앱 개발업자들 또한 자신의 플랫폼 생태계로 끌어들인 결과다. 따라서 현재 애플에 대응하는 한국 기업들은 우선 자사 플랫폼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생태계 구축의 핵심은 애플에 견줄 수 있는 앱을 개발하는 일이다. 젊은 세대의 창조적 인재들이 이 생태계에 흡수될 수 있는 유인책과 믿음을 심어줄 기업 및 국가 전략이 시급하다. 애플의 성공은 미국에서 1년 사이에 7000여개의 새로운 기업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성공을 한국이 복제할 수 있다면 경제의 활성화는 물론 청년실업에도 매우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콘텐츠와 앱은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개방형 혁신은 글로벌 스케일로 진행돼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한국 기업 중심의 연구·개발(R&D)을 통한 글로벌 마케팅을 해왔지만, 글로벌 개방형 R&D를 해 본 경험이 매우 적다. 이제는 새로운 차원의 글로벌 경영이 필요하다. 새로운 앱이나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앱과 콘텐츠가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의 과감한 규제 철폐와 지원책이 절실하다. 아직도 글로벌 기준과 다른 많은 규제가 남아 있다. 내수에서 성공하지 못한 글로벌 앱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는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는 애플이 설정한 게임룰에 따라 대응해 왔다. 하지만 새로운 게임룰을 만들지 않으면 결코 ‘스마트 창조자’가 될 수 없고 결국 유사 서비스에 의한 가격경쟁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갈 수 많은 아이디어 가운데서 고객이 환호할 요소들을 추출해 자신만의 플랫폼으로 결합할 기업의 창의력에 좌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