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성폭력 범죄 피해 여성의 수가 실제 신고된 것보다 8배나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상해범죄나 주거침입 강도 등 범죄도 실제 발생하는 것에 비해 극히 일부만이 경찰 등에 신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주최하는 제1회 전국범죄피해조사 학술대회에서 ‘범죄 피해율과 공식범죄 발생률 간의 비교분석’이란 논문을 발표하는 황지태 연구원은 “2008년 기준으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포함한 성폭력 피해 여성의 암수(暗數)는 여성 인구 10만명당 467.7명으로, 공식통계에 잡힌 58.3명의 8배나 됐다”고 25일 밝혔다.

‘범죄암수’란 실제로는 발생했지만 통계에는 나타나지 않는 범죄를 의미한다. 즉,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되지 않은 범죄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는 성폭력 피해 여성 8명 중 1명만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며, 나머지는 범죄 통계에조차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폭력 범죄의 경우 실제 알려진 것보다 신고되지 않은 사건이 훨씬 많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이를 비교적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연구원 측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범죄피해조사’와 우리나라의 공식 범죄통계기록인 ‘범죄분석’을 비교·계측하는 과정을 거쳐 나왔다. 이번 논문에서 제시된 성폭력 피해자 암수인 467.7명은 여성 5559명을 표본 조사해 이 가운데 26명이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이를 여성인구 10만명 당 피해자 수로 환산한 것이다.

또 성추행을 제외한 전형적인 강간 범죄 피해자의 암수는 36명으로 범죄통계의 피해자 수(3.8명)와 비교해 무려 9.5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 연구원은 “성폭력 범죄의 신고율이 낮은 것은 성범죄에 대한 사회의 반응이 부정적이고,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신고율을 획기적으 로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