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봉수(왼쪽) 9단이 1987년 국수전에서 조훈현(오른쪽) 9단을 상대로 우승한 직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1953년 2월1일 대전 출생. 6·25전쟁의 포연이 가시지 않았던 당시 서울로 이주. 1급이었던 부친의 어깨 너머로 열다섯에 배운 바둑 실력으로, 기원에서 어른들과 내기바둑을 둬 용돈을 곧잘 벌었다. 고교시절 한국·일본·대만의 동양삼국 학생바둑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이름을 떨쳤고 프로 입단의 계기가 됐다.

1970년 17세에 프로 입문. 바둑을 배우기 시작해 프로에 입단하기까지 걸린 시간만 따진다면 최단 기록. 이듬해부터 1972년까지 이어진 한국일보 주최 명인전(名人戰)에서 이전 한국 바둑을 나눴던 김인과 조남철을 연이어 꺾고 타이틀을 획득했다. 당시 결승 마지막 판에서 전세를 뒤집을 수 없다고 판단한 조남철 9단이 “없군”이라고 던진 마지막 말은 유명했다. 명인 도전기 중 서봉수는 2단으로 승단했고 당시 19세였다. 최저단(2단), 최연소(19세) 기록. 파천황의 대사건으로 바둑사에 기록돼 있다. ‘토종 바둑’이란 용어가 그때 생겼다. 명인전을 5기 연패(連覇), 이후 ‘서 명인’으로 불렸다.

그 즈음 일본에서 돌아온 조훈현과 15년간 숙적관계를 이뤘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통산 363판을 대결, 상호전적 세계신기록을 갖고 있다. 통산 전적은 243승120패로 조훈현이 앞섰다. 또 현재 최다 대국 세계기록은 조훈현의 2594국이고, 그 다음이 서봉수의 2304국이다. 서봉수는 조훈현으로 인해 ‘천재’라는 소리를 듣진 못했다. ‘2인자’였다. 서봉수의 국내 기전 우승횟수는 기록이 불분명할 정도로 많아 약력에 일일이 적을 수도 없다.

1993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회 응씨배 세계바둑대회 결승 5번기, 일본의 오타케 히데오(大竹英雄)를 누르고 세계 챔피언이 됐다. 서봉수는 이미 ‘저무는 해’여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1997년 2월 한·중·일 국가대표 5명씩 승발전(이긴 사람이 질 때까지 계속 출전)을 벌인 제5회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는 성적 순으로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 서봉수, 김영환이 참가했는데, 서봉수가 2장으로 출전해 9연승을 거두며 우승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