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개인정보 침해 사례는 거듭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 침해는 기술 도입은 미비하고 개인정보 보호 마인드도 미흡한 상황에서 관련 법·제도적 장치마저 부족한 ‘삼중고(三重苦)’로 인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기본법인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등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주민등록번호나 비밀번호 같은 중요한 개인정보의 암호화 조치나 보안 서버 도입 등 기술적·관리적 조치가 미흡하다. 대량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아직 많은 사업자들이 암호화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보안 서버 도입 현황도 매우 저조한 상태다. 게다가 사업자는 제한없이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제휴사 또는 제3의 업체와 무제한적으로 고객의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식이다. 한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100여개 가까운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대량의 개인정보를 보유하는 것이 영업에 이익이 된다는 잘못된 인식도 문제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이 달성됐음에도 해당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회원이 탈퇴한 뒤에도 거의 영구적으로 보유하는 경우도 있다.

법·제도적 정책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기본법이 없어 현실적으로 법 적용의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법으로는 310만 민간 사업자 중 50여만 사업자만 규제가 가능하다. 실제 2009년 개인정보 침해사고 신고 3만5167건 중 68.1%인 2만3948건이 법 적용 예외 사업자들의 침해사고였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현재 법 여건에서는 개인정보가 유통되는 정보통신, 금융, 전자상거래, 종합병원 등 의료, 온라인커뮤니티 등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이고 일괄적인 규제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