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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이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캐릭터’ ‘절도있는 복수의 미학을 보여주는 영화’.

‘감성액션’을 표방한 영화 ‘아저씨’를 보고 두 가지 명제가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영화는 ‘레옹’(장 르노), ‘솔트’(앤절리나 졸리)처럼 주인공인 한 인물에 집중한 활극이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 이어지는 여운은 훨씬 강도높다. 자신처럼 세상에 버림받은 어린 아이를 위해 몸을 던진다는 어쩌면 진부한 스토리를 직선적이면서 감성적인 양날의 분위기로 묘하게 이끌어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화장품 하나 바꿨을 뿐인데, 사람 자체가 달라 보이는 식이다. 액션 영화에서 흔히 얻을 수 있는 보편적 결론을 예측한다 할지라도, 순간의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법. 이 영화가 보여주는 ‘순간의 액션미’는 ‘화장품 하나 바꾼’ 수준의 미미한 것일 수 있지만, 영화의 큰 줄기를 쥐고 흔들만큼 강력한 것이기도 하다.

전직 특수요원 태식(원빈)은 세상을 등진 채 전당포를 운영하며 살아간다. 유일한 친구이자 말동무는 이웃집 아이 소미(김새론)뿐. 태식은 소미와 가끔 밥도 먹고 대화도 나누며 마음을 조금씩 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약 거래와 연루된 소미의 엄마와 소미가 장기밀매조직에 납치되고 태식은 덥수룩한 머리를 자른 후 아이를 구하러 나선다.

액션은 납치된 딸 아이를 구하는 아버지의 활약을 그린 ‘테이큰’의 그것을 흉내낸 듯하다. 원 테이크로 무 자르듯 범인을 처단하고, 말 보다 행동으로 확실히 ‘보여주는’ 직선적 액션 등이 그렇다. 하지만 원빈은 여기서 조금 더 밀도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언제나 낮은 음성의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그는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조차 짓지 않는다. ‘내일을 사는 자는 오늘을 사는 자에게 이길 수 없다’는 원빈의 한 마디에서 그의 무덤덤한 표정과 대답이 읽힌다.

원빈의 액션은 ‘왜 지금까지 그가 이런 역할을 맡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정교하면서 실제같고,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긴장감 넘치는 대결 구도는 영화 엔딩에서 태식이 소미를 바라보며 활짝 웃는 단 한 컷을 포착하기 전까진 안심할 수 없다. 찌르고 베고, 자르고 폭파하는 잔혹한 장면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관객,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도 원빈의 액션은 여전히 매력 포인트다. 악랄하게 죽이는 원빈의 액션속에 숨어있는 사슴같은 눈망울이 그만큼의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원빈의 액션 연기를 돋보이게 한 악당 조연들에게도 감탄의 박수가 필요할 듯하다. 찢어 죽이고 싶을 만큼 교활하고 얄미운 연기를 이토록 절실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열혈남아’의 이정범 감독이 이 영화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캐스팅이다. 4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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