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입장에서는 어린이 영화를 고르는 것도 만만찮은 일. 폭력과 선정성이 난무하는 영화가 넘치는 반면 어린 자녀들과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는 많지 않은 탓이다. 모처럼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 두 편이 10일 나란히 개봉한다. 블록완구 ‘레고’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레고:클러치파워의 모험’과 청룽(成龍)과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가 주연을 맡은 쿵후 영화 ‘베스트 키드’는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레고:클러치파워의 모험’

‘레고:클러치파워의 모험’은 전 세계 어린이로부터 사랑받는 블록완구 ‘레고’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다. 1932년 덴마크 가족기업인 레고 그룹에서 탄생해 70년 동안 블록완구의 최강자로 군림해 온 레고는 3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아나게 하는 장난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성인들 사이에서도 레고 마니아가 적지 않다고 하니 레고가 영화 주인공으로 등장한 사실이 놀랍지는 않다.

레고시티 역사상 최고의 탐험가인 클러치파워는 사령관으로부터 엑스포 행성의 위기 상황을 전해 듣고 무기 전문가 브릭, 미모의 해양과학자 팩, 레고팀 최고 기술자 버니 등과 팀을 꾸려 모험에 나선다. 엑스포 행성에 도착한 클러치파워 팀은 우주 최고의 악당 멀록을 놓치고 그를 따라 중세 왕국 애쉴라로 여행을 떠난다. 클러치파워 팀은 왕국 계승자 베론 왕자를 도와 멀록에 맞서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멀록을 물리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애니메이션인 만큼 어른 입장에서 유치한 것은 사실. 그러나 레고시티, 중세 시리즈, 우주 시리즈 등 실제 레고완구로 등장한 수많은 시리즈를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다. 블록완구답게 몸통이 빠지거나 블록이 빠지지 않아 위기를 맞는 장면은 기발한 유머다.

‘베스트 키드’

‘베스트 키드’는 1985년 작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당대의 꽃미남 랄프 마치오와 엘리자베스 슈를 스타덤에 올린 이 작품 역시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부모에게는 추억의 영화다. 직장을 옮긴 어머니를 따라 이사 온 유약한 소년이 동네 불량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이웃의 숨은 무술 고수의 도움으로 무술대회에서 우승한다는 내용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어차피 원작 영화도 대단한 작품성으로 호평받은 작품은 아닌 만큼 리메이크작을 즐기는 포인트는 간단하다.

청룽과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가 대신하는 사부와 제자의 구도, 그리고 추억을 곱씹는 것. 물론 어린이들에게는 신나는 쿵후 장면이 가장 큰 재미다.

청룽의 오랜 팬이라면 ‘취권’(1978)에서 젊은 제자로 나와 괴팍한 스승에게 무술 수련을 받던 그가 이제 역할을 바꿔 ‘늙은 스승’으로 등장하는 것에 세월의 무게를 느낄 법하다.

아버지를 닮아 꽃미남에 연기력도 출중한 제이든 스미스와 ‘늙은 스승’ 역이 너무도 잘 어울려 서글픈 청룽의 연기가 돋보인다. 다소 유치한 스토리지만 역시 눈높이를 낮추고 추억을 곱씹으면 온 가족이 즐겁게 볼 수 있다.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