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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을 계기로 본 국제영화제 A to Z

세계인의 영화축제로 불리는 ‘제63회 칸 국제영화제’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쟁부문에 2편을 비롯, 모두 5편이 초청받아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3대 국제영화제로 불리는 칸, 베니스,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해마다 전세계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린다. 국제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각종 견본시(見本市)가 함께 열려 세계 영화산업의 유통시장 역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15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이 열려 아시아 영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1.영화제(Film Festival)란 무엇인가

영화제와 영화상 시상식(Film Award)은 다르다. 영화제는 영화의 상영과 시상, 견본시 및 부대행사 등이 모두 열리는 종합 영화축제다.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국제영화제가 여기에 속한다. 미국의 아카데미상 시상식(Academy Award)이나 우리나라의 대종상 시상식은 각 부문별 시상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다. 영화제에서 반드시 시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부문을 도입한 영화제의 경우 시상이 있지만 비경쟁으로만 치러지는 영화제도 있다. 우리나라의 부산국제영화제는 경쟁부문을 일부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를 표방하고 있다.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1969년 비경쟁 영화제로 전환했다가 1974년 다시 시상제도를 부활하기도 했다.

2. 국제영화제의 목적은 무엇인가

경쟁부문을 도입하고 있는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국제 영화 콩쿠르의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비경쟁 영화제도 있기 때문에 시상 자체가 영화제의 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다수의 영화를 상영함으로써 좋은 영화를 발굴하고 공유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시상제도 또한 이 같은 목적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 상영을 통해 세계 영화와 영화인이 교류하고 영화산업이나 영화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다. 또한 대부분의 국제영화제에는 영화 견본시(Film Market)가 부대행사로 함께 열린다. 영화시장에서는 새로 나온 영화의 구입 및 판매 등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3. 세계 3대 국제영화제란

흔히 칸 국제영화제와 베니스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세계 3대 국제영화제로 꼽는다. 여기에 토론토 국제영화제나 모스크바 국제영화제를 더해 세계 4대 국제영화제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 3대~’라고 불리는 것들이 흔히 그렇듯, 누군가가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 국제영화제작자연합이 공인하는 A급 영화제들이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1989년 우리나라 배우 강수연씨가 여우주연상을 받아 잘 알려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의 경우 소련 붕괴 이후 규모와 권위가 많이 떨어지면서 세계 영화계에서의 위상도 낮아졌다. 현재 세계 3대 국제영화제로 불리는 영화제들은 그 권위와 위상, 규모 면에서 최고 수준으로 대접받고 있다.

4. 가장 오래된 국제영화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국제영화제는 베니스 국제영화제다. 1932년 첫 회를 시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열리지 못한 해를 제외하면 올해 67회째를 맞는다. 칸 국제영화제는 베니스 영화제에 자극받은 프랑스 정부가 1939년 첫 회 개최를 목표로 준비했으나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미뤄졌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인 1946년 첫 회를 개최해 올해 63회째를 맞았다. 베를린 국제영화제는 1951년 독일 분단 이후 동서 화합과 통일을 기원하는 영화제로 시작됐다. 배용균 감독이 1989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으로 대상인 황금표범상을 받아 잘 알려진 로카르노 국제영화제는 1946년 첫 회를 시작해 베를린 국제영화제보다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5. 주요 영화제별 전용관

세계 3대 국제영화제로 불리는 칸, 베니스, 베를린은 모두 전용극장을 갖추고 있다. 칸 영화제의 경우 유명한 레드카펫 행사가 열리는 2400석 규모의 뤼미에르 극장과 100석 규모의 드뷔시 극장 등 10여 개의 전용극장과 기자회견장, 집행위 사무실, 프레스룸 등을 갖춘 ‘팔레 드 페스티벌’건물에서 열린다. 베니스의 리도섬에서 열리는 베니스 영화제는 메인 상영관인 ‘팔라초 델 시네마’를 비롯한 전용극장을 갖추고 있으며 베를린 영화제는 베를린의 신시가지인 포츠다머 프라츠에 ‘베를리날레 팔라스트’라는 전용극장과 소니센터, 시네막스 등의 상영관에서 열린다. 로테르담 영화제가 열리는 파테극장은 7개의 극장이 서로 연결된 아름답고 실용적인 건축물로 유명하다.

6. 주요 영화제별 트로피

오래된 역사를 가진 영화제는 저마다 독특한 상징물을 갖는다. 경쟁부문을 도입하고 있는 세계 3대 영화제는 이 상징물을 최고상인 작품상 트로피에 적용한다. 칸 영화제의 작품상은 황금종려상이다. 처음에는 ‘그랑프리’라고 불렸지만 1955년부터 황금종려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프랑스의 영화감독이자 시인인 장 콕토가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베니스영화제는 베니스의 상징이기도 한 황금사자가 최고상의 트로피 모델이다. 파시스트 집권기에 ‘무솔리니컵’으로 이름이 바뀌기도 했지만 1947년 황금사자상이 부활했다. 베를린영화제의 상징은 곰. 작품상에는 황금곰상을 수여한다. 로카르노영화제는 황금표범상이 대상이다.

7. 공식 경쟁부문 진출의 의미는

주요 국제영화제의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사실은 그 해 세계에서 만들어진 영화 가운데 최고의 영화로 뽑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칸 영화제의 경우 공식 경쟁부문 진출작의 감독과 배우, 제작자는 영화제가 주관하는 공식 행사에 참석할 자격이 주어진다. 기자회견에 앞서 열리는 포토콜 행사에서 세계 각국의 사진기자들 앞에 서는 영예를 안게 되며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영화를 소개할 기회를 갖는다. 하이라이트는 공식 갈라 스크리닝 행사다. 초대장을 받은 이들만 참석할 수 있는 공식 갈라 스크리닝에서 공식 경쟁부문 진출작의 감독, 배우, 제작자는 관객들이 모두 입장한 다음 주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의 레드카펫에 올라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극장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이들을 반기고 상영이 끝난 다음에도 5분가량의 기립박수가 이어진다. 영화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다.

8. 국제영화제와 우리나라 역대 수상작

칸 영화제는 우리나라와 가장 인연이 깊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이 ‘물레야 물레야’로 특별부문상을 수상한 이래, 임권택 감독이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2004년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2007년에는 배우 전도연씨가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베니스영화제는 1987년 강수연씨가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받아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다. 2002년에는 이창동 감독이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문소리가 신인배우상을 받았고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이 ‘빈집’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1994년 장선우 감독이 ‘화엄경’으로 알프레드바우어상을 수상했고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9. 부산국제영화제는

우리나라의 국제영화제는 지난 1996년 시작한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장 유명하다.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역사와 권위, 규모 면에서 아시아 최대를 자랑한다. 아시안 필름마켓이 함께 열려 아시아권의 영화 구매와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2011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숙원사업인 전용관 건립도 완료될 전망이다.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부지에 건립되는 부산영상센터(두레라움)는 다목적 공연장, 중·소형 영화관이 들어서는 ‘시네 마운틴’과 개·폐막식이 치러지는 야외공연장, 레드카펫 행사가 열리는 야외광장과 주요 사무실이 들어서는 ‘피프힐’ 등으로 구성된다.

10. 우리나라의 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 외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등 많은 국제영화제들이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지난 1997년 시작해 올해로 14회 째를 맞는다. 독특한 장르영화를 상영함으로써 다른 국제영화제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이 특징. 2008년에는 장르영화 전문 프로젝트 마켓인 ‘아시아 판타스틱 영화 제작네트워크’를 시작해 아시아 영화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도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디지털 삼인삼색’, ‘숏숏숏’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호평받고 있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우리나라 영화의 메카인 충무로에서 열리는 영화제로 의미를 갖는다.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