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관현장학금 수혜자인 김지아(왼쪽)씨가 지난 14일 어머니와 함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묘지내 고 박관현씨 묘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김지아씨 가족 제공

5·18민주화운동이 오는 18일로 30주년을 맞는다. 한 세대의 세월이 흘렀어도 유족과 당시 부상자들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과거의 상처를 아픔으로만 보듬지 않고 그날의 정신을 오늘에 계승하고 승화시키려는 노력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공동체정신과 인권존중 등으로 요약되는 5·18정신이 되살아나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봤다.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보상금으로 조성된 각종 장학기금들이 형편이 어려운 고학생들을 인재로 길러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일부 수혜자들은 자신들에게 도움을 줬던 장학기금에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보태는 ‘보은의 기부’를 하기로 해 5·18 상처의 아름다운 개화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관현장학재단 관계자는 최근 육군 모부대 군의관으로 근무하는 김민철(28)중위로부터 ‘깜짝 제안’을 받았다. “내가 이만큼 성장한 데는 관현장학재단의 도움이 컸다”며 “이제는 받았던 사랑을 갚을 때가 됐으니 재단에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김 중위는 고1때부터 전남대 의대를 졸업할 때까지 관현장학재단의 장학금(대학생 기준 매년 200만원)을 받았으며 2008년초부터 군복무를 시작, 내년 4월 전역을 앞두고 있다. 관현장학재단은 1980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5·18항쟁에 불을 지폈다가 1982년 10월 옥중에서 사망(당시 29세)한 박관현씨를 기리기 위해 1996년 사망보상금 일부, 선후배 출연 기금 등 1억5000만원으로 조성됐다. 재단은 장학생을 일단 선발하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학 졸업 때까지 집중지원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재단측은 지금까지 15명에게 1억여원을 지급했다.

관현장학금을 받아 고교와 대학 전 과정을 마친 김지아(여·24)씨도 최근 재단측에 기부의사를 밝혔다. 호남대를 졸업한 2008년 초 신한은행에 입사한 김씨는 “관현장학금 수혜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며 “이제는 은혜를 갚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2학년때부터 성공회대 졸업때까지 관현장학금을 받은 고인석(28·마이크로소프트 한국지사 근무)씨도 “의미가 있는 장학금이어서 항상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다”며 “이제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독립을 했으니 재단에 적은 액수라도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현장학재단측은 이에 따라 오는 10월 고 박관현씨 추모제때 장학금 수혜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은의 기부’문제를 정식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5·18때 사망(당시 24세)한 박용준씨의 보상금 1억2000만원으로 1999년 조성된 ‘박용준 장학금’ 역시 고아 출신 대학생들에게 큰 용기를 주고 있다. 고인이 보육원 출신으로 일찍 독립해 어렵게 대학을 다녔던 것을 고려해 장학생 선발기준도 고학생들로 한정됐다. 오는 26일로 예정된 2010년도 수여분(6명에 600만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41명에게 4100만원이 지급됐다.

광주 = 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