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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 해킹이나 보안카드 도용, 금융정보 관리 부주의 등으로 금융 보안망에 구멍이 뚫리는 사고가 급증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체 금융거래의 83% 가량이 전자시스템으로 이뤄질 만큼 인터넷 금융거래가 확산된 상황에서 컴퓨터 네트워크의 보안 취약점을 악용한 해킹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금융보안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해킹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쉬쉬하고 숨김으로써 결과적으로 피해를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전자금융 관련 사고가 모두 24건이 발생해 3억8400여만원의 피해를 냈다. 올 들어서도 3월말 현재 해킹 등을 포함한 5건의 사이버 금융사고로 인한 피해액이 1억여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유형도 이전에는 전산오류, 전자상거래, 현금카드 불법복제 등이 대부분이었지만 2008년 이후 해킹을 통해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인터넷뱅킹 범죄가 갈수록 성행하는 추세다.

해킹 피해의 심각성은 한 보안업체의 모의 해킹 시연장면을 통해 생생하게 확인됐다. 이 보안업체는 A증권사로부터 온라인 주식매매 시스템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안전성 테스트를 의뢰받았다. 시연이 시작되자 악성코드에 감염된 PC의 사용자가 감염사실을 모른 채 비밀번호와 공인인증서·증권계좌번호 등을 이용해 주식매매, 계좌이체 등을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러나 이런 모든 거래과정은 해커의 컴퓨터에 그대로 노출돼 해커가 마음먹은 대로 조작됐다. 해킹 피해자가 계좌이체로 제3자에게 돈을 보냈는데, 그 돈이 고스란히 해커의 계좌로 입금되는 식이었다. 조작과정은 해커가 장악한 또다른 피해자의 PC를 통해 무선으로 이뤄져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보안업체측은 설명했다. 해킹과정에는 ‘메모리 해킹(메모리에 침투해 보내는 계좌와 금액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리는 것)’ 등의 첨단 해킹수단이 활용됐다.

보안업체 관계자는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은행, 증권사, 카드사 모두 해킹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각 시중은행들에 해킹 시뮬레이션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그러나 모든 은행이 이 제안을 거부했다. “해커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고, 평소 보안업체들을 통해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B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유형의 해킹 시도가 나오면 관련 솔루션을 바로 사들인다”며 “은행이 항상 공격의 대상인 건 분명하지만 한번 뚫리면 망하는 셈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업체들의 보안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금융보안연구원 측은 “100% 완벽한 보안은 있을 수 없다”며 “해킹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적절한 보안솔루션을 구축하는 한편 보안 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박양수·박수진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