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하셔(My grandma says, the worse it tastes, the better it works).” 11세 소년 에릭(브래드 렌프로)이 뜰에서 따온 온갖 풀을 끓여 또래의 친구 덱스터(조셉 마젤로)에게 먹이며 그렇게 말합니다. 덱스터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앓는 환자입니다. 병원의 실수로 수혈을 받던 중 감염이 된 것이지요. 급우들은 덱스터와 어울리는 에릭을 faggot이라고 놀립니다. ‘동성애자’라는 뜻의 저질 표현입니다. 그럴 때마다 에릭은 수호천사처럼 덱스터를 지켜줍니다. 영화 ‘굿바이 마이 프랜드’는 에릭과 덱스터의 남다른 우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미국 미네소타의 외딴 마을에 사는 에릭은 덱스터와 거리를 두려는 마을 사람들의 싸늘한 태도를 바라보면서 친구가 얼마나 외로울지를 생각합니다. 그럴 때마다 가슴 아파합니다. 에릭은 친구에게 희망을 주려는 뜻에서 영화 ‘에덴의 마지막 날(Medicine Man)’을 보여줍니다. 어느 생화학자가 아마존 밀림에서 획기적인 암 치료제를 발견한다는 내용의 이 영화를 본 며칠 후 두 소년은 편의점에서 대문짝만 하게 난 기사를 발견합니다. 뉴올리언스의 어느 의사가 식물의 추출액에서 AIDS 치료약(cure)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읽자 에릭은 부모 몰래 덱스터를 데리고 떠납니다.

무작정 떠난 두 아이에게 어떤 어려움과 시련이 닥칠지에 관해서는 설명이 불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헤매다가 숲에서 잠이 든 덱스터는 악몽과 함께 식은땀을 흘리며 깹니다. 그러자 에릭은 덱스터에게 운동화 한 짝을 건네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 신발을 품에 껴안고 자. 잠에서 깨어나 무서우면 이렇게 말해봐. ‘가만! 난 에릭의 신발을 품고 있잖아. 침낭 안에 있으면 난 안전하다구. 에릭이 가까이에 있는 게 틀림없어(Here, hold onto this when you sleep. And if you wake up and you’re scared, you’ll say, ’Wait a minute. I am holding Eric’s shoe. I must be safe in my sleeping bag, and Eric must be close by’.”

치료약 찾기를 포기한 소년들은 집에 돌아옵니다. 곧바로 병세가 악화된 덱스터는 입원합니다. 천진난만한 두 소년은 심심할 때마다 응급실에서 ‘죽은 시늉’ 놀이를 하여 의사와 간호사들을 기절초풍하게 만듭니다. 그러던 중 덱스터는 영영 깨어나지 못합니다. 친구가 아예 더 능청스럽게 장난을 치는 줄로만 알고 좋아라 한 에릭의 표정이 새하얗게 굳어버립니다.

작별인사를 마치고 장례식장을 떠나는 에릭을 바라보던 덱스터의 어머니는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에릭이 운동화 한 짝을 안 신고 걷는 것입니다. 덱스터의 어머니는 죽은 아들의 품에서 에릭의 운동화를 발견합니다. 그 신발은 “넌 혼자가 아냐.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어(You are not alone. I am always by your side)”라고 속삭일 것만 같습니다. 덱스터의 어머니는 아들의 구두 한 짝도 없어진 것을 발견합니다. 신발은 두 소년에게 영혼(soul)이자 수호천사(guardian angel)의 상징이지요.

‘굿바이 마이 프랜드’의 원제는 ‘The Cure’입니다. cure는 라틴어 curo에서 유래된 단어이며, ‘병을 낫게 하는 약이나 치료방법’, 그리고 ‘휴식(rest)’을 의미합니다. 비록 치료약은 끝내 찾지 못하였지만 덱스터는 에릭의 운동화와 함께 영원한 휴식의 여정을 떠난 것이지요.

작가, 외화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