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아직도 전쟁상태임을 보여준 비극이었습니다.”

지난 3월26일 금요일 밤의 평온함과 홀가분함을 단번에 뒤집어 놓은 대사건.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 지 오는 24일로 꼭 한달째를 맞는다. 아직 사고원인조차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절차도 확정되지 않았다. 30일간의 대혼란 속에 사고 희생자와 생존자, 구조작업 참여자들은 좌절과 위로, 허탈함과 슬픔 등에 휩쓸려 왔지만 이 고통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희생자 가족들의 생애에서 가장 길었던 한달을 그들의 눈으로 되돌아봤다.

“사고 당시에는 못 믿었죠. 부산의 집에서 몇 시간 동안 운전하면서 평택으로 오면서도 가족들 모두 ‘이게 꿈이었으면’하는 생각뿐이고….” 천안함 사고로 희생된 김종헌 중사의 매제인 최수동씨는 사고 발생 순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전히 가장 큰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은 미귀환 실종자 7인의 가족들이다. 이들은 마지막까지 시신이라도 찾고자 지금 이 순간에도 백령도 사고 해역에서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미귀환 실종자 박경수 중사의 한 사촌은 “사고 직후 경수 아내인 제수씨한테 전화를 걸어 ‘경수가 어디 근무한다고 했죠? 평택요? 어느 배 탄다고 했죠?’라고 물었다”며 “제수씨가 ‘천안함이오’라고 대답할 때는 그래도 살아 있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박 중사는 지난 연평해전 때도 살아 남았던 역전의 용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존자 명단에 박 중사의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함미 안에 물이 들어차지만 않았다면 약 69시간 동안은 생존이 가능하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체되는 함미 인양 작업과 희생자 시신의 발견 등으로 인해 이런 희망마저 꺼져 버렸다. 희생자 이상민 병장의 누나 이모씨는 “69시간 생존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면서 가슴이 떨려 왔고 그래서 희망을 다시 갖기 시작했다”며 “또 산소를 투입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그 시간도 다 지나가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구조 작업 중에는 한주호 준위의 희생과 금양98호의 침몰이라는 또다른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군 특수전여단(UDT)동지회 특임부단장 유호창씨는 “한 준위의 희생을 생각해서라도 시신이라도 모두 찾아서 장례 때라도 모든 천안함 인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사고 후 남은 가족들에게는 한동안 사고의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병장의 누나는 “동생의 죽음으로 평생 후회스러운 상태일 것 같다”며 울먹였다. 그는 “제가 제대 얼마 남았다고 또 말년휴가를 나오냐고 타박을 했다”면서 “휴대전화 사달라고 했는데 못 사준 게 평생 가슴의 한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현일훈·윤정아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