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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은 매달 초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 국제회의실에서 조회를 열고, 전국에 사내 방송으로 생중계한다. 조회 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임원코너’라는 시간. 특정 임원이 연단에 올라와서 약 20분 동안 영어로 본인 업무의 비전을 설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인영업본부장이 퇴직연금 시장 전망을 영어로 발표하고, 상품개발담당 임원은 노령화 시대를 맞이해 선진국 상품동향을 영어로 강의하는 것. 영어 연설 자체도 고역인데 이를 생방송에서 원고 없이 하려다 보니 중년의 임원들에겐 이른바 공포(?)의 시간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원코너는 임원들에겐 일종의 ‘지옥코너’이지만 임원들을 자극해 직원들에게까지 영어 바람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그룹에 삼성생명처럼 임직원들의 영어 회화 또는 연설, 쓰기 능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영어공용화’를 목표로 하는 계열사들이 속속 생기고 있어 주목된다.

10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생명을 포함해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등이 영어공용화를 시도하는 대표적 계열사로 꼽힌다.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상당수 계열사들은 영어공용화 수준은 아니지만 전사 차원에서 영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2008년 영어공용화를 선포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은 3월부터 사내 게시판에서 100% 영어만을 사용토록 의무화했으며, 사보 콘텐츠의 절반을 영어로 채우기로 했다.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기획은 영어공용화를 위해 시범 부서까지 선정한 상태다. 삼성물산의 경우 시범부서로 선정된 부서들은 주 1회 이상 영어로만 회의를 하고, 월 1회씩 영어리포트를 만들어야 한다. 제일기획에서도 글로벌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중심으로 영어공용화를 시범 운영 중이다. 해당 부서의 전 임직원은 회의, e메일, 사내 게시판 등을 모두 영어로 사용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보고서까지 모두 영어로만 작성토록 할 계획이다.

현재 영어공용화 도입을 검토 중인 삼성증권도 내년부터 승진 시 가점되는 영어 점수에 필기 시험 점수를 인정하지 않고 회화점수(OPIc)만 인정키로 결정했으며, 올해부턴 아예 전문어학원과 제휴해 사내 영어 회화 , 비즈니스 영어 쓰기 강좌를 개설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영어는 글로벌화의 상징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 및 중화학 계열사에서만 강조됐다”면서 “그러나 올해부터는 그룹 내 금융 및 독립 계열사들이 글로벌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영어공용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