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리틀 DJ(김대중 전 대통령)’로 불리는 한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게 되면서 향후 ‘포스트 DJ’와 호남의 맹주를 놓고 민주당과 한판 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민주당에선 호남 지역 지방선거 공천 탈락자들이 신당으로 몰릴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전 대표는 3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로 측근들을 불러 논의 끝에 신당 창당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명은 ‘(가칭)평화민주당’으로 결정했으며, 6.2 지방선거 전에 창당을 마쳐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평화민주당은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출마를 결심하며 출범한 당과 같은 당명이다.

야권 관계자는 5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한 전 대표가 장성민·김방림·국창근 전 의원 등과 함께 지방선거 전 평화민주당 창당을 결심했다”며 “호남 정당을 자처하겠단 것으로, 지방선거 공천 탈락자들이 여기로 모여들 수 있어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한 전 대표가 그런 생각을 갖고 움직이고 있는 건 맞다”며 “당명부터 김 전 대통령을 업고 호남정당으로 가겠단 의도여서 야권 분열과 호남에서의 적자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전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난 신당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신당 창당은 최근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가려는 민주당 운영에 대한 동교동계와 민주계의 반발이 커 거대한 지각변동의 조짐의 한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신당에 같이 하겠냐는 제안에 ‘당 만드는 게 쉽지 않다’며 거절했다”고 밝혔고, 국 전 의원도 신당 합류 사실을 부인했다.

신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예측이 엇갈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친노 진영만 공천을 받는 등 편파적 당 운영이 노골화된 상황에서 신당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고 밝혔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동참하는 현역 의원이 하나도 없고 선거도 임박해 신당 창당 자체가 쉽지 않고 만들어봐야 알맹이 없는 당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