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언변으로 유명한 리자오싱(李肇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이 돌아왔다. 중국의 속담과 비유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뛰어난 화술을 자랑하는 리자오싱 대변인이 4일 기자회견에서 실력을 또 한번 과시했다.

전직 외교부장 출신인 리자오싱 대변인은 현직에 있으면서 ‘청춘 중국’, ‘리자오싱 시선’ 등 2권의 시집을 낸 바 있다. 그는 회견에서 무역(Trade)마찰, 대만(Taiwan), 티베트(Tibet) 등 이른바 ‘3T’ 문제로 중국과 서방의 오해와 갈등이 증폭되는 것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는 프랑스 여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리 대변인은 “유구한 문화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게 돼 감사하다”면서 “중국 역시 역사가 오래돼 오랜 옛날부터 내려오는 고사가 있다”며 기인우천(杞人憂天)이란 고사성어를 소개했다. 우리에겐 기우(杞憂)란 단어로 더 잘 알려진 이 성어는 중국 기(杞)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 봐 침식(寢食)을 잊고 걱정했다는 것으로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는 뜻이다. 그는 최근 달라이 라마를 만난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한 듯 “서방 지도자들은 자국 인민을 위해 일하느라 그렇게 바쁘면서 시간을 쪼개서라도 달라이 라마를 굳이 만난다”고 비꼬았다. 그는 “시인인 6대 달라이 라마인 창양가초(倉央嘉措)의 시에 보면 ‘거짓말은 보기에는 아름답고 냄새도 향기롭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는 구절이 나온다”면서 이 시가 달라이 라마의 거짓말을 구분할 수 있는 좋은 자료라고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베이징 =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