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경기 중계를 보려니 조마조마하지만 그래도 오전이 기다려진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로 오전 근무 시간에 벌어지는 경기 생중계를 지켜보기 위한 직장인들의 묘수도 각양각색이다.

이른바 ‘알트탭(컴퓨터 키보드 ‘Alt’키와 ‘Tab’키를 동시에 눌러 구동 프로그램을 전환하는 것) 신공(神功)’을 동원해 인터넷 생중계를 시청하는가 하면 휴대전화와 PDA, 차량용 내비게이터 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볼 수 있는 기기를 총동원하기도 한다.

19일 오전 회사원 오모(여·30)씨는 최근 며칠 동안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근무를 할 수 있었다. 이번 주 내내 오전마다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의 주요 경기가 진행되는 바람에 마음 졸여야 했지만, 이날은 이런 경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만큼은 직장 상사의 눈을 피해 휴대전화 DMB로 볼륨도 죽인 채 경기 장면을 지켜보지 않아도 됐다.

“지난 17일과 18일 뒷자리에 앉은 상사 몰래 모태범 선수와 이상화 선수의 금메달 획득 경기를 지켜보다 소리를 지를 뻔했다”는 오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상사도 인터넷으로 경기를 지켜봤더라”며 웃었다.

DMB 시청은 외근을 하는 직장인들에게도 대인기다. 영업사원 황모(31)씨는 “매일 외근을 하다 보니 한국 선수들의 경기는 주로 휴대전화 DMB를 통해 시청한다”며 “차량으로 이동할 때에는 내비게이터 DMB를 이용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인터넷 생중계를 시청하기 위해 ‘알트탭 신공’은 직장인들의 필수요소가 돼 버렸다. 누군가 옆에 다가올라치면 ‘Alt+Tab’ 단축키를 이용해 중계창을 내릴 수 있기 때문.

이모(34)씨는 “요즘 PC 한쪽에 올림픽 경기 중계창을 하루 종일 띄워 놓고 있다”며 “아슬아슬한 감은 있지만 ‘알트탭 신공’을 활용하면 들키지 않고 보는 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원 윤모(여·27)씨는 “요즘은 어디에나 업무공간에 TV가 설치된 경우가 많다”며 “각자 몰래 경기를 보느니 한국 선수들이 경기할 때만이라도 마음 편히 다같이 응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