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정치중립은 헌법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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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당 가입 등 정당활동을 제외한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대폭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고 한다. 이런 법안이 제출된 배경에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노조나 교원노조의 정치적 활동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지만 현행 법질서가 정치적 공무원을 제외한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안 제출은 심각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대한민국헌법은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 헌법은 전체 국민의 봉사자로서 공무원에 대해 언급하면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법은 정치적 공무원을 제외한 공무원에 대해 정치활동을 금지함으로써 직업공무원제를 확립,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이렇게 실정법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역사적 경험에 기인한다. 과거 공무원제도가 법에 의해 정착되지 못했을 때 공무원의 임면은 이에 대한 권한을 가진 자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좌우됐다. 그래서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임명한 사람을 위해 활동하게 됐고, 부패와 비능률 등의 폐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엽관제(獵官制)의 폐해를 막기 위해 등장한 것이 직업공무원제다.

직업공무원제는 공무원이 집권 세력에 의해 논공행상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고 정권 교체에 따르는 국정 운영의 혼란을 방지하며, 공정하고 일관성 있게 공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안정적이고 능률적인 국정을 보장하려는 민주적이고 법치적인 공직구조제도다. 헌법이 직업공무원제도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통치권 행사에 있어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하고 공무원의 지위와 신분을 보호하여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이로 인해 공무원 사회가 안정됨으로써 정치적 안정에도 기여하게 된다.

헌법이 직업공무원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 주권에 바탕을 둔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공무원의 직무 수행이 어디까지나 임용 주체인 국민을 위한 것이지, 특정 정치 세력이나 집단을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외부의 정치적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물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헌법이 요구하는 바라고 해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정치적 기본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은 사익이나 당파적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공무원이란 신분은 근무 시간에만 유지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직업공무원의 정치활동은 어떤 경우든 공직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부분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업공무원제에 반한다.

헌법이 직업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신분을 보장하는 의미는 분명하다. 공무원에게 정치적 활동을 허용하는 순간부터 공무원은 더 이상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고, 법이 정한 신분 보장도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민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국민의 봉사자로부터 더 이상 공정하고 객관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직업공무원제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정착하게 된 역사적 의미를 도외시하는 관련법의 추진은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을 흔들고 전 국민을 정치적 혼란 속에 빠뜨리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김상겸 / 동국대 교수·헌법학]]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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