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이후 아이티에서 아동 납치 문제가 새 현안으로 떠올라 단속이 강화되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진 참사 이후 입양이 크게 늘면서 아동 인신매매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어린이 해외 출국이 어려워져 치료가 시급한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이티의 개인의료 대피소들은 최근 지진으로 크게 다친 어린이들의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시키는 일을 중단했다. 구호활동가, 의사, 정부 관계자 등은 아이티 어린이들을 납치하려고 했다는 비난을 자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이티 정부는 지진 참사 후 입양 증가로 아동 인신매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어린이 해외 출국에 대해 사전 허가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인 선교사 10명이 2개월에서 12세에 해당하는 아이티 아동 33명을 데리고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넘어가려다 적발된 후부터다. 이들이 데려가려고 했던 아이들 중에는 부모가 생존해 있는 경우도 있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구속된 후부터 지금까지 단지 3명의 어린이만이 치료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동안 최소 10명의 어린이들은 서류 작업을 기다리다가 사망했다고 NYT는 전했다.

지진 사태 이후 중경상을 입은 어린이들을 수송했던 미 군용기도 선교사들이 검거되기 하루 전에 갑자기 수송작업을 중단했다. 서류가 미비한 어린이를 출국시킬 경우 비행기 조종사에게 부과되는 자격 정지와 40만달러의 벌금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이들을 해외로 출국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고아거나, 동승할 성인이 있다는 것을 문서로 증명해야 하지만 지진으로 출생증명서 등이 유실된 상태에서 이같은 절차를 따르기가 쉽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의료진들이 “생명보다 아동 납치 문제가 더 심각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 국제법은 당국의 허가나 서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국경을 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아동 밀매로 간주하고 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