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는 12일로 대지진이 발생한 지 한달이 되는 아이티는 현재 제2의 재앙 앞에서 떨고 있다. 구호작업이 진행되면서 평온을 되찾은 듯 보이지만, 위생 문제나 의료 시설 등의 부족, 2차 대지진 발생 가능성, 제2의 질병 확산 우려로 인해 하루 하루가 고통 그 자체라는 지적이다.

◆ 열악한 의료 문제 = 턱없이 부족한 의료 시설과 인력은 아이티 재건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본적인 의료 시설과 의사, 간호사 등의 인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며 건물이 무너지면서 팔다리가 절단된 중환자들을 위한 목발조차도 구하기 어렵다. 아이티에는 현재 200여개 이상의 국제 의료봉사단체가 들어와 지진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그러나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부상자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의사 한 명이 하루에 수백명 이상의 중상 환자를 봐야 하는 열악한 조건에서 의료진의 체력도 점차 고갈되고 있다.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경우에도 겨우 급한 불을 끄는 응급처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무료 치료를 약속하고 기부받은 의약품을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받고 판매하는 병원들도 생겨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 관리들은 아이티에서 10여개 병원이 약값을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 또 다른 강진 가능성 = 과학자들은 아이티와 인근 지역에 2차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차 지진을 일으킨 단층과 가까운 단층들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면서 위험해졌다는 것이다. 문제의 단층선은 수백㎞에 달하며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와 자메이카 킹스턴 등의 대도시를 지나는데 1차 지진을 일으킨 단층이 차지하는 부분은 80㎞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 과학자는 2008년 3월 아이티 정부에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제2의 질병 확산 = 깨끗한 식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아이티인들 중 설사병에 시달리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기에 이어 7월쯤이면 찾아오는 허리케인으로 인해 벌써부터 설사, 홍역, 파상풍 등 각종 질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이티는 이른 봄에 우기가 찾아와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며 이는 50만명 이상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우기가 시작돼 비가 내리고 있다. 우기를 나기 위해선 6000만달러를 들여 10만개의 텐트부터 구입해야 하지만, 아이티 정부로선 이 비용을 충당할 만한 여지가 현재로선 전혀 없는 상태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