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발생 12일째인 24일 아이티에서는 사실상 생존자 구조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불도저를 동원한 잔해 청소작업이 시작됐다. 이날도 여전히 여진이 발생한 가운데 프랑스 구조팀은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내 동남쪽 델마스 지역 잔해 더미 아래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탐지, 피 말리는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구조팀은 24일 델마스 거리에서 레이더를 동원해 수색을 시작한 지 4시간 만에 생명체의 흔적을 탐지했다. 오후 1시22분부터 발굴 작업을 시작했으나 워낙 잔해가 얽히고 설켜 있어 구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구조팀 관계자들이 전했다.

탐지된 생명체가 사람인지 동물인지 역시 아직은 정확히 가려지지 않고 있다. 지진 현장에서는 현재 60여개 구호팀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생존자를 위해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까지 모두 132명을 구조했다.

여진도 계속됐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24일 오후 4시51분쯤 포르토프랭스 서쪽 30㎞, 지하 4.1㎞에서 규모 4.7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수 초 동안 이어진 이 여진으로 인한 추가 피해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편 미국이 대규모 군부대를 파견한 것에 대해 ‘점령군’이라며 강력한 비난을 퍼부어 왔던 프랑스도 해군 전투함을 아이티에 정박시켰다. 해군은 상륙함 2정, 헬리콥터 4대 등을 동원해 구호품 2000t을 수송했다. 전투함은 앞으로 나흘간 아이티에 머물며 구호물품 및 중장비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25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아이티 지원 관련 국제회의에서 각국이 8억9000만달러에 이르는 아이티의 대외부채를 탕감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티 정부는 현재까지 15만명을 매장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매장된 희생자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마리 로랑스 조슬렝 라스크 공보장관조차 “잔해 속에 얼마나 많은 희생자들이 묻혀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20만명이 숨졌는지, 30만명이 숨졌는지 누가 사망자 집계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집을 잃고 노숙 신세를 면치 못하던 60여만 시민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지방에 임시로 마련된 숙소로 속속 옮겨 가고 있다. 현재까지 20만명이 새 거주지를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정부는 아이티 복구 및 재건 과정에서 우리의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집중 전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이티의 르네 프레발 대통령과 장 막스 벨리브 총리는 지난 22일 아이티 대사를 겸하는 강성주 도미니카 주재 대사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지난 1960~1970년대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과 노하우에 대한 전수·교육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강 대사는 이 같은 아이티 정부의 요청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본부에 건의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