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는 과연 성공적인 재건을 할 수 있을까. 유엔 아이티 담당 특별대표를 맡고 있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아이티가 오히려 지진 발생 이전보다 더 훌륭한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며 낙관론을 제시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실제 아이티가 더 좋은 국가로 거듭날지, 아예 나락으로 떨어질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AP통신은 과거 인류가 겪었던 대규모 재해와 극복 사례를 보면 아이티 재건까지 적지 않은 장애물들이 놓여 있다고 24일 분석했다.

예컨대 1990년대 중반 카리브해 섬나라인 몬트세랫에서 폭발한 화산으로 수도 플리머스 건물들은 여전히 화산재와 화성암들로 범벅돼 있다. 플리머스는 결국 수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새로운 수도가 다른 지역에 건설되고 있다. 반면 1945년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일본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 1906년 대지진이 발생했던 샌프란시스코 등은 대규모 재난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한 성공적 사례다.

아이티의 경우에는 몬트세랫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은 아이티 정부의 행정력. 지진 발생 이전에도 아이티 정부는 중앙정부로서의 영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었다. 2004년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가 쫓겨난 뒤 유엔은 현재까지도 평화유지군을 통해 아이티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유엔 덕분에 수도 포르토프랭스 빈민촌의 조직폭력배들이 점차 사라지고, 아이티 곳곳에서 경제 재건에 대한 희망이 싹터 올랐지만 이번 지진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특히 아이티 사회에 만연한 부패는 재건 작업의 최대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1972년 강진을 맞아 1만여명이 숨졌던 니카라과에도 국제사회의 대규모 지원이 잇따랐다. 그러나 독재자 아나스타시오 소모사는 원조물품과 자금을 횡령하는 데 혈안이 됐고, 수도 마나과의 일부 지역에는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현재까지도 지진 당시 붕괴된 건물들이 폐해로 남아 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