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를 돕고 있는 구호단체들은 국제사회가 구호물품보다는 현금을 보내 주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호물품들은 운송비가 많이 들고 보관공간 확보도 어려울뿐더러, 구호단체 요원들이 이를 종류별로 분류하는 데 막대한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과 의약품은 최악의 구호품이 되기 십상이다. 음식은 변질되기 쉽고 이재민 손으로 흘러들어간 일부 약품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거리에서 헐값에 거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난 2004년 인도양 쓰나미 피해 구조작업에도 참여했던 구호전문가 손드라 쉼멜페니히는 21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부적합한 기부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물품을 기부받아 배를 통해 실어 나르는 비용보다 물건을 지역적으로 구입하는 비용이 적게 드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물건을 기부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진정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기쁨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이재민 입장에서는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쉼멜페니히는 인도양 쓰나미 당시에도 각국에서 산더미 같은 옷들이 실려 왔지만 해당 지역 기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겨울 모자와 코트, 장갑 등도 상당수였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기부물품 중 하나인 유아용 분유 역시 모유수유 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