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귀환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새해 첫 임무는 테러 대응책 마련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 워싱턴으로 귀환해 공식 일정 없이 보낸 뒤 5일 정보기관장들과 회의를 하는 것으로 2010년 새해 업무를 시작한다.

하지만 미국은 여객기 테러시도 사건에서 빚어진 정보공유 실패와 테러 대응책 마련 등을 놓고 여야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관타나모기지 포로들의 예멘송환을 비판하는 등 테러 및 안보관련 쟁점을 두고 워싱턴 내부는 지난 연말부터 갑론을박을 계속하고 있다. 집권 2년차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험난한 한 해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여객기 테러시도 사건과 관련된 쟁점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정보공유 실패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을 위협하는 또다른 테러의 진원지인 알카에다와 예멘에 대한 대응책이다.

정보공유 실패와 관련, 존 브레넌 미국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3일 CNN방송에 출연, 정보의 취합 및 분석과정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시인했으나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를 테러리스트로 단정할 만한 ‘확증(smoking gun)’은 없었다고 밝혔다.

브레넌 보좌관은 “조각조각 나 있던 정보를 하나로 묶는 데 실패한 것이 문제”라며 “이번 사건에서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의 실수와 잘못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관련, 5일 정보기관장들과 회의를 하고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종합 점검키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지인 하와이에서 돌아오자마자 정보기관장 회의를 소집한 것은 그만큼 테러 대응체계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진영은 오바마 대통령의 유약한 대테러 정책의 결과라며 이번 사건을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파생된 또 다른 쟁점이 관타나모기지 포로 송환문제다. 알카에다의 거점인 예멘으로의 송환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며,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인 제인 하먼 민주당 의원은 3일 “관타나모기지 포로를 지금 예멘으로 이송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시점”이라며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친민주당 무소속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은 포로들의 예멘 송환 뿐아니라 관타나모 폐쇄 자체에도 반대했다. 미 정부는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관타나모기지 폐쇄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들어 풀려난 42명의 관타나모 포로 중 7명이 예멘으로 돌아가 6명이 석방됐으며, 이들이 다시 알카에다 활동을 하고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오바마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관타나모기지에는 여전히 90명 가량의 예멘 포로들이 수용돼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