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당 지도부의 손아귀에서 유권자의 품으로 돌려주자.’

대한민국 국회의 문제점은 여야 정당의 공천제도에서 시작된다. 국회 의사당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의원들의 행태도 유권자보다는 각 정당의 지도부 또는 여당 지도부를 좌우하는 대통령을 의식한 것이다. 주요 당직이나 상임위 배정은 물론이고 다음 선거 출마여부가 바로 당 최고지도부의 권력자들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야당 역시 오랜 지역분할 구도에 따라 지역의 정치적 맹주가 공천권을 좌우해 왔다. 볼썽사나운 행태는 지역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 뻔하지만 이는 잠깐의 망신살일 뿐이다. “이번에 잘했어”라는 당 지도부의 한마디는 의원의 정치적 미래와 직결된다. 그래서 당론이 결정되면 점잖던 의원들은 원내대표단의 지휘에 따라 돌격조로 변하곤 한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정당의 공천방식은 사실상 대한민국 헌법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취지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 대의제 민주공화국에서 국민의 권리는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을 통해서 행사되는데도 정작 유권자들은 국회의원 후보 선택폭부터 제한받는다. 각 정당이 내려보낸 후보중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정당 역시 유능하고 이미지 좋은 후보군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막판 공천과정에서 당내 실력자들은 후보군을 바둑의 돌처럼 이곳저곳으로 옮기기 일쑤다. 국회의원 출마를 꿈꾸는 선량들은 지역구 인지도 못지않게 공천권자의 눈에 띄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은 확고한 양당제 정치를 실현하고 있지만 연방의원·주의원 등 모든 공직자 선거에서 중앙당이 배제된 채 지역별 예비선거를 통해 치른다. 유일한 한국계였던 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 의원은 “정당의 역할은 본선에서 상대당 후보와 겨룰 때와 각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실현하는 의정활동에서 본격적으로 발휘될 뿐 예비선거는 철저히 유권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공화당·민주당 모두 본선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당등록을 하지 않은 무당파 유권자들에게도 자기 당의 예비선거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개예비선거(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함으로써 본선에서의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해 애써 왔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만약 우리도 지역구별로 모든 정당이 동시에 예비선거를 실시하고 유권자가 모든 당의 예비후보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에 한 사람의 예비후보만 기표하도록 한다면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두기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