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구기금(UNFPA)의 조사를 통해 증명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가족계획’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에 따라 여러 지역의 국가에서 ‘저출산’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인구기금의 ‘2009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은 2.54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선진국은 1.64명, 개발도상국은 2.70명, 저개발국은 4.29명으로 가난한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다는 게 하나의 특징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가족계획에 의한 ‘저출산’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러 국가들이 강력한 운동으로 추진 중인 가족계획의 실천은 곧바로 출산패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연히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조차 피임 보급이 하나의 규범이 되었고, 가족의 수도 무려 5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오늘날 세계의 합계출산율은 2.54명으로, 심각한 영유아의 사망만 없다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정착화되고 있는 대체출산율(사회가 인구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출산율)인 2.1명에 비해서도 그리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낮은 출산율은 이제 선진국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낮은 출산율은 생식보건 관리와 피임용구 선택을 손쉽게 할 수 있는 개발도상국, 예컨대 이란·태국·튀니지·쿠바 등에서도 구체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국은 1986년 이후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등의 예방과 치료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전 세계는 해마다 약 10억달러를 개발도상국에 지원했고, 이는 새천년 들어 급속히 증대되어 현재 약 1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에이즈와 보건문제는 각국 정부의 중점 사업이 되고, 출산율이 20세기 중반 절정을 이룬 이래 계속 감소, 가족계획에 대한 지출은 현재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보고서는 “지난 수십년간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 기록한 출산율 감소는 여러 나라에서 거의 대체출산율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이는 경제적 요인 외에 기후변화 영향에 의해서도 가족계획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과 경작지 감소로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피임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유엔인구국의 연구조사자 캐럴 카우프만은 “흑인 여성들이 자신의 불확실한 상황을 알고 출산 관리를 한 것”이라며 “또 다른 자녀를 둔다는 생각이 가져온 두려움과 경제적 절망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