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부터 11월초까지 댐이나 저수지 같은 정지수면에는 물이 뒤집히는 현상이 생긴다. 상층의 따뜻한 물과 저층의 차가운 물은 온도차이로 섞이지 않고 여름을 지나다가 상층의 물이 점점 식으면서 온도차가 없어져 두 물덩어리가 섞이기 좋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때 강한 바람 등으로 물이 밀리면 쉽게 섞이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턴오버(turn-over)라고 한다. 특히 가을에 일어난다고 해서 폴 턴오버(fall turn-over)라고 한다.

낚시에서 턴오버가 무서운 이유는 조황을 급격히 떨어뜨리기 때문. 여기에는 수질과 관련한 이유가 숨어 있다. 봄부터 여름 동안 저층에 갇혀 산소 유입 없이 수개월을 지낸 차가운 물덩어리는 수질이 최악이다. 산소를 필요로 하는 생명체는 살기 어려운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런 물이 전역으로 확산된다고 할 때 그 결과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이 되면 당연하다는 듯이 조황 부진을 턴오버 탓으로 돌리곤 한다. 그러나 여기엔 자칫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모든 댐과 저수지에서 턴오버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턴오버는 두 층을 나누던 경계면인 서모클라인(thermocline)이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미 오래전에 서모클라인이 붕괴된 상태라면 이런 논의는 필요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선은 해당 낚시터의 서모클라인이 존재했는지, 그리고 존재했다면 몇 m 층에 있었는지 등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서모클라인의 붕괴를 따지는 것이 순서다. 혹자는 턴오버의 발생을 비릿한 물냄새로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호수의 환경으로 볼 때 적합지 않은 방법이다. 냄새로 판별하는 방법은 일본에서 도입된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이는 평소 수질이 매우 좋은 호수에서나 통용된다. 역시 국내에서 가장 정확한 방법은 어군탐지기를 이용해 서모클라인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다.

턴오버로 인한 조황 부진은 이유가 수질에 기인하므로 그 대처방법은 분명하다. 수질이 상대적으로 좋은 곳을 찾아 압박하는 것이다. 용존산소가 가장 쉽게 공급되는 곳은 역시 얕은 수심층이다. 아니면 새물이 유입되는 곳도 좋다. 하지만 이런 곳을 찾았다고 해서 쉽게 낚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좋은 수질이라고 해서 호조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이상으로 작고 섬세한 기법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웜의 경우 3인치 이내의 가늘고 부드러운 웜과 가벼운 싱커 등을 이용한 채비가 우선적으로 쓰인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늘의 크기와 모양이다. 되도록 갭이 작아서 이물감이 덜한 바늘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이맘쯤의 워밍에서 문제는 짧고 예민한 입질이다.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바늘 크기나 모양에서도 부담을 덜어주는 배려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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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 스포츠피싱 강사, 김욱의 루어낚시교실 운영자,
시마노 인스트럭터, 썬라인 필드테스터, 피나 필드스태프